[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등 일부언론이 개그맨 박지선씨 사망 사건을 '클릭 장사'로 악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인의 사망원인을 섣불리 추측하는 보도부터 유서와 사생활을 공개하는 보도까지 유명인의 죽음을 악용하는 부적절한 보도행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3일 신문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박 씨 모친이 남긴 유서성 메모의 내용을 '단독' 보도한 조선일보를 지목, "어떤 사람의 죽음도 언론의 장삿거리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단독' 유서 보도는 언론의 윤리성마저 무너진 대표적 사례"라며 "조선일보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넘어 유족의 요구조차 무시한 채 유서를 노출했고, 사망 이유를 추측하여 고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 기자로서 갖춰야 할 취재윤리를 넘어 인간으로서 윤리조차 저버린 태도"라고 질타했다.

조선일보 11월 3일 사회12면

2일 서울마포경찰서는 사건현장에서 박씨 모친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 1장 분량의 메모를 발견했으나, 유족 뜻에 따라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기자들에게 밝힌 바 있다.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동 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자살 보도 시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유서와 관련된 사항을 보도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고인과 유족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살미화를 방지하기 위한 보도기준이다.

민언련은 조선일보 단독보도 이후 문제적 보도들이 퍼져 나갔다고 지적했다. 박씨 지병에 초점을 맞춘 추측성 보도들이 대표적이다. 조선비즈, 위키트리, 일간스포츠, 뉴스인사이드 등 일부 언론은 조선일보 단독보도 직접 인용에 나섰다. 민언련은 "고인의 지병은 대중이 꼭 알아야 할 정보가 아님에도 다수 언론이 지병에 집중하면서 3일 해당 병명은 종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고 했다.

민언련은 "유서 내용을 가장 먼저 공개하며 물의를 일으킨 조선일보는 고인의 지병에 초점을 맞춘 보도까지 연달아 내놨다"며 "고인이 6년전 방송에서 언급한 지병을 다시 들춰냈다. 제목에 병명을 언급한 것도 모자라 고인이 앓았던 지병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내용까지 실었다. 2012년 고인이 지병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은 SNS까지 찾아내 사생활에 속하는 지병 관련 이야기까지 들춰냈다"고 질타했다.

민언련은 "이번에도 대다수 언론은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를 흉내내기 바빴다"며 이데일리, 여성조선, 헬스조선, MBN, 매일경제 등이 박씨 지병과 사생활을 들추거나, 지병을 박씨 사망의 원인으로 추측하는 기사들을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내용을 양산하고, 고인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보도는 죽음 자체를 선정적으로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인의 죽음을 기사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클릭 장사’에 이용하는 저급한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죽음 앞에 최소한의 윤리마저 지키지 못하는 언론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존립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