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일 전국 25개 청년·인권·시민사회단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플 사망 사건에 대한 에브리타임과 대학의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달 27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여대 학생 A씨의 유족들은 에브리타임에서 A씨에게 악성댓글을 단 이들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에브리타임은 학교인증을 통해 해당 학교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전국 약 400개 대학 450만명 이상의 대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2일 전국 25개 청년·인권·시민사회단체는 서울 광화문과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브리타임 악플 사망사건에 대한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청년참여연대)

A씨 유가족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던 A씨는 지난해부터 심적 우울 증상을 토로하고 위안을 얻고자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이 "죽을거면 티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 "말로만 죽는다 어쩐다 하더니 결국 안 죽고 살아있네" 등 조롱과 극단적 선택을 종용하는 내용의 악성댓글을 달면서 결국 A씨는 지난달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유서에서 에브리타임을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 자신의 휴대전화에 증거자료가 있다며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어떻게든 처벌이 가능하다면 해주셨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A씨 유가족 호소문이 발표됐다. A씨 유가족은 "익명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마같은 짓을 하도록 방치한 에브리타임 업체를 고발한다"며 "어떻게 이제 20살 가량된 아이들 입에서 나온 말이 사람을 저렇게 죽음으로 내몰 수 있었을까. 우리 아이가 에브리타임 악플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지경이 되도록 에브리타임 업체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학교 역시 학내 구성원들로 이뤄진 사이트임에도 아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은 "아이를 잃고 삶의 의욕을 잃었다. 저도 아이처럼 죽고싶은 심정"이라며 "이 일은 한 가정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 사건이다. 더이상 에브리타임으로 인해 악플로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철저히 익명으로 운영되는 에브리타임의 자유게시판에는 차별적 혐오게시글이 난무하는데, 혐오 글들은 주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혐오발언에 아무런 제재가 없는 에브리타임의 게시판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은 지워지고 삭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보여주듯, 에브리타임 내 익명성 혐오 표현의 타깃이 되는 피해자들을 보호해줄 제도는 어디에도 없었다"며 "에브리타임에 신고 누적을 통한 ‘자동삭제 시스템’이 있지만, 이는 명목상의 시스템일 뿐 신고에 대한 사실관계를 전혀 확인하고 있지 않으며 ‘자동삭제’를 명분 삼아 신고 사실 확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대학은 악성댓글, 사이버불링의 피해자인 학생들을 보호할만한 최소한의 울타리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상당수의 학내 인권센터에서는 사건을 접수해도, 기업측에서 협조해주지 않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2일 전국 25개 청년·인권·시민사회단체는 서울 광화문과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브리타임 악플 사망사건에 대한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청년참여연대)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 노서영 대표는 "에브리타임에서의 사이버 불링으로 사람이 죽었다"며 "그 뒤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사회의 만연한 혐오가 있었고, 효율을 추구하는 자동삭제시스템에 의존하며 수년째 책임을 회피해온 플랫폼 에브리타임이 있었으며, 사기업 어플리케이션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실패해온 대학 당국과 인권센터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노 대표는 "지금 당장 플랫폼과 대학, 그리고 우리 사회에 모든 구성원의 자유와 평등을 해치는 사이버 불링과 혐오표현에 반대한다는 단호한 선언이 필요하다"며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표현을 그저 방치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로 오독되는 사회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대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이효진씨는 "이번 사건에도 에브리타임은 여전히 ‘입장 없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침묵하고 있다. 대학 인권센터는 ‘에브리타임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에브리타임과 인권센터, 서울여대 학교 본부는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라.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협약을 체결하고 사이버 불링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청년참여연대가 지난 5월 대학생 3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에브리타임을 사용한다고 답한 321명 중 불쾌감을 느꼈다고 응답한 이들은 248명(79.1%)이었다. 불쾌감 요인 1위는 익명 막말·비방이었다. '유니브페미'는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20여개 대학 에브리타임을 조사한 결과, 삭제되지 않은 혐오성 게시물 550개를 발견했으며 이 중 47%가 여성혐오 게시물이라고 7월 공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8일 에브리타임 내 성별·지역·특정대상에 대한 차별, 비하정보에 대해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의결했다. 방통심의위는 당시 "해당 사이트가 대다수 대학생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로서 영향력이 크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및 이용자의 책무를 다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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