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무슨 일이든 끝이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샌드박스'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그곳에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 말 그대로 성공이 보장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건 다음 단계를 위한 시작일 뿐이었다. 다음 단계에 올라서면 그 전 단계는 말 그대로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달미는 훌륭한 피칭을 했다. 하지만 즉석에서 이뤄진 인재와의 대결에서 도산은 패했다. 은행의 필적을 감식해 보안을 하는 팀이 이를 이용해 폰트를 만드는 팀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면 실패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삼산텍은 그렇게 '샌드박스'에 입주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구원한 것은 알렉스였다. 미국에서부터 삼산텍의 기술을 높게 평가했던 그는 삼산텍을 선택했고, 그렇게 그들의 멘토가 되려 했다. 업계 세계 7위라는 어마어마한 투스토가 지목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기술적 가치는 충분했다.

입주한 당일 다른 팀은 크게 싸우고 찢어졌다.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새로운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제대로 풀어가고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미 사업을 성공시켰던 인재로서는 이 과정이 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의붓아버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라고 믿고 지분을 탐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자신이 일궈놓았던 사업체를 무능한 의붓오빠에게 빼앗겼다.

tvN 주말드라마 <스타트업>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표의 지분이다. 투자를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키맨의 존재감은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회사 자체를 투자자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벌어지니 말이다. 이런 상황은 실제 수시로 벌어지고 있고, 현재도 그렇게 기업을 빼앗기는 이들도 많다.

달미는 멘토를 정했다. 이미 시작 전부터 지평을 선택했다. 시가 총액 7위인 기업이 직접 나서서 멘토를 해주겠다고 하는데도 달미는 변하지 않았다. 스펙보다 인성을 언급했던 달미의 사고가 여기에도 적용되었다.

엄청난 기업은 그만큼 이득에 더 집중하게 된다. 지평은 최소한 자신들의 가장 밑바닥을 알고 있는 투자자다. 그런 이라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달미는 믿는다. 그렇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알렉스가 아닌 지평을 선택한 삼산텍은 작은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초기 자본인 1억을 두고 벌이는 이들의 대립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인재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초기 자본 대부분을 자기 지분으로 가졌다. 직원들에게는 스톡옵션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달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주식을 분배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했지만, 전문가인 지평이 보기에는 형편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투자 즉시 회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다. 키맨에게 지분을 몰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도산의 친구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철산과 용산은 자신들의 지분을 빼앗고 밀어내려 한다고 생각했다. 지평을 잘 아는 형이라고 속여야 하는 도산이나, 그가 사랑하는 달미가 한패가 되어 자신들을 몰아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입주 첫날 싸웠던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도 폭풍은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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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가지고 이렇게 싸우는 삼산텍에 미래가 없다며 대표가 어떤 결정이든 해야 한다는 지평. 이런 상황에 그저 달미에게 미안하기만 한 도산.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 자신의 잘못인 거 같아 미안한 달미. 이들은 그렇게 공중분해되는 것일까?

모두가 겪을 수 있는 혼란 속에서 완전히 남남이 되거나 다시 뭉쳐 더 큰 곳까지 함께 가느냐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결정한다. 철산과 용산이 보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도산은 달미를 공개적으로 좋아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달미에게 편지를 써줬던 실제 주인공인 지평까지 이들 모두가 한 덩어리로 보였다.

당연하게도 이들이 한패가 되어 자신들을 몰아내려고 방법을 도모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자신들의 지분을 강탈해가는 못된 도적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 오랜 시간 힘들게 기술 개발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대표 자리까지 맡은 달미에 대한 반감은 당연해 보였다.

삼산텍이 처음부터 삼산텍은 아니었다. 처음 그곳의 이름은 '도산텍'이었다. 1인 창업인 회사였다. 탁월한 실력을 가진 도산을 위해 부모가 투자를 했고, 그렇게 낡은 옥탑방에서 그들은 시작했다. 그저 친구로 고사에 참석했지만, 이내 그들도 그 회사에 합류했다.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그들은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말았다. 랜섬웨어에 감염되며 회사 시스템이 묶여버렸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1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팀장도 나 몰라라 하며 모든 책임을 철산에게 돌렸다. 막내에게 책임을 돌리며 모두가 회피하려는 상황에서 그를 도운 게 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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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려면 1억을 내고 하라는 회사의 방침에 분노한 철산을 위해 도산을 날을 꼬박 새우며 랜섬웨어를 퇴치했다. 그 엄청난 대기업들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도산. 이런 상황도 모른 채 철산을 돕겠다며 회사에 사표를 쓰고 나온 용산은 그렇게 한 팀이 되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도와준 친구. 그런 친구를 믿지 못하는 자신들에 대한 한탄까지 이들의 감정은 그렇게 유효기간은 하루면 충분했다. 문제는 다음날 출근 후 벌어졌다. 하루 동안 햇볕에 노출된 우유를 버리려던 도산은 달미의 연락을 받고 나가는 도중에 철산을 만났다.

우유 건들지 말라는 말에 반감을 보이며 여는 순간 부패한 우유는 터졌고, 눈을 뜨지 못하는 철산으로 인해 해프닝이 벌어지고 말았다. 왁자지껄하게 병원까지 간 철산은 실명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했고, 간단한 소독만으로 끝난 그들의 해프닝은 이들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줬다.

중요한 순간 한 번 쉬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이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대표로서 책임감을 느낀 달미는 잠도 자지 않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지평에게 수백 개의 질문을 날리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답이 없는데 답을 찾는 것이 문제였다. 할머니의 이 말은 현답이었다. 좋은 대표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지평 역시 동일한 답을 줬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제대로 회사를 운영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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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미의 선택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분 8%를 나누고 창업자인 도산이 60%가 넘는 지분을 가져 악의적인 투자에 맞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가장 마지막에 참여한 디자이너 정사하의 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인 직원 때문이다. 대표의 전화도 무시하고, 원칙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는 팀원들과 대화도 거부하는 정사하와 함께 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사하까지 참여한 상태로 7%씩 지분을 가지고 남은 것은 도산에게 몰아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지평이 제안한 방식과 다르다는 것이다. 지평은 대표든 누구든 키맨이 90% 이상의 지분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달미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지평의 말을 역으로 지평만 불만인 상태로 남기겠다고 다짐했다.

모두가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지만, 구성원들이 만족하고 외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지분 나누기가 최선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과연 제대로 된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세상에 나섰으니 말이다.

몇 번을 망설이던 도산은 달미 할머니를 만나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문제의 편지가 자신이 보낸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친구들 역시 그 편지의 정체가 무엇인지 안다. 달미만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방치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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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서 달미의 집으로 들어선 도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면이 있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지평과 같은 사연이 아니라, 달미 할머니인 원덕이 숨기고 싶은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 바로 도산이었다. 철산을 병원으로 데려간 날 우연하게 도산은 들었다.

원덕이 실명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말이다. 현재로서는 그 진행 속도를 조금씩 늦춰주고 있을 뿐이라는 사연을 병원에서 우연하게 들었다. 그때 당시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만, 그 당사자가 바로 달미 할머니라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손녀딸에게 짐이 되기 싫어 최선을 다하는 원덕으로서는 그 비밀이 밝혀지기 원하지 않았다. 비밀을 밝히기 위해 달미의 집을 찾은 도산은 새로운 비밀까지 더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편지를 쓴 진짜 도산이 되어버린 그는 과연 어떻게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이제 본격적인 성장기가 시작된다.

여기에 윤 대표를 복수하겠다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그 일에 윤 대표와 관련이 되어있다는 의미다. 삼산텍과 인재컴퍼니 둘 중 한 곳에 소속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그 복수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찾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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