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 당시 자본금 편법 충당, 분식회계 등 위법행위가 드러난 MBN에 대해 승인취소가 아닌 '영업정지 6개월' 행정처분을 내렸다. 금융당국과 사법부로부터 유죄 판단을 받고, 방송법상 '승인취소' 대상에 해당하는 MBN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서 재승인 제도 실효성 등에 대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MBN에 대해 방송 전부에 대한 영업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의결했다. 다만 방통위는 업무정지로 인한 시청권 침해, 외주제작사 등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6개월 간의 처분 유예기간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방통위는 "종편 PP 사업자로 승인을 받기 이전인 1995년부터 약 26년간 방송사업을 해온 점과 외주제작사 등 협력업체와 시청자의 피해, 고용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송법 시행령의 감경사유 등을 적용해 승인취소 처분을 업무정지 6개월 처분으로 감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협력업체 보호와 고용안정 방안, 위법행위 관련 경영진에 관한 문책계획,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마련 등을 포함한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할 것을 MBN에 권고했다. 아울러 자본금 편법 충당, 재무재표 허위 작성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MBN 경영진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MBN 방송 전부에 대한 6개월 간의 영업정지가 시작되는 시점은 내년 5월로 전망된다. MBN측은 법적 검토를 진행해 향후 대응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방통위 상임위원 간 의견은 앞서 여러 차례의 비공개 간담회를 실시했음에도 크게 엇갈렸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제외하고 회의 초반 각 상임위원 의견은 김창룡 위원 '승인취소', 김현 부위원장 '영업정지', 김효재·안형환 위원은 '새벽 시간대 영업정지' 등이었다.

김창룡 위원은 "방송법상 방송의 공적책임을 현저히 손상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형사처벌에 이른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도, MBN 청문주재자도 사안을 아주 심각하게 봤다"며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이 스스로 불법행위를 통해 라이센스를 받아낸 것은 스스로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다. 이런 불법행위가 드러나도 바로잡지 못한다면 이 회의는 부끄러운 자리로 기록될 것"이라며 '승인취소'를 주장했다.

김창룡 위원은 "MBN 사안은 복잡하지 않다. 거짓과 조작으로 국가를 기만한 것"이라며 "방송법상 승인취소 외에 답이 없다. 법과 원칙을 뒤집으면 방통위의 재량권 남용으로 오히려 고발당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방송법 시행령상 감경사유 어디에도 MBN은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중처벌사유에 해당한다"며 "영업정지를 내린다면 방통위 구성원의 잘못은 물론 국민 앞에 면목이 없을까 크게 우려한다. 승인취소 처분이 부합한다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방송법 18조는 방송사업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승인을 얻는 경우 ▲등록취소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광고중단 ▲허가·승인 유효기간 단축 등을 방통위가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별표 1의 2'에는 방송사업자 허가취소 등에 대한 기준과 감경·가중 사유가 명시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방송사업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방송 허가·승인을 받을 경우에는 '승인취소', 허위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재허가·재승인을 받는 경우에는 '업무정지 6개월 또는 허가·승인 유효기간 단축 6개월'로 정하고 있다.

감경사유는 ▲위반행위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인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위반의 내용·정도가 경미하여 시청자에 미치는 피해가 적다고 인정되는 경우 ▲위반 행위자가 처음 해당 위반행위를 한 경우로서 5년 이상 방송사업을 모범적으로 해 온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위반행위자가 해당 위반행위로 인해 검사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경우 등이다. 가중사유는 ▲위반행위가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가 아닌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위반의 내용·정도가 중대하여 시청자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김현 부위원장은 "MBN이 마땅히 승인취소를 받아야겠지만 1995년부터 방송사업을 해왔고 만시지탄이지만 대국민 사과 발표와 경영진 책임을 물은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며 "종사자와 외주제작사, 시청자 권리 등을 고려해 6개월 영업정지 처분 의견"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안형환 위원은 MBN 불법행위에 사실관계 논란의 여지는 없다면서도 승인취소 처분은 과하고, 6개월 영업정지도 사실상 승인취소와 다를 바 없다며 '새벽 시간대(오전 12시~6시) 영업정지' 의견을 내놨다.

김효재 위원은 방송사업을 충실히 수행해왔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종편4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납부 중이며, 편법으로 충당한 자본금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노력 중이라는 MBN측 주장을 언급하며 승인취소, 6개월 영업정지 등은 '행정 재량권 남용' 이라고 말했다. 안영환 위원은 "현재 종사자는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최고경영진의 10년 전 불법행위에 대해 내가 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한 차례 정회를 거친 후에도 의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다수결을 통해 '영업정지 6개월'을 결정했다. 김창룡 위원은 합의제 정신에 따라 승인취소 주장을 접고, 6개월 영업정지로 의견을 수정했다. 김효재·안형환 위원은 새벽 시간대 영업정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재승인 제도를 엄격히 운용해야 한다는 책무를 가지고 임했다"면서 "의견을 하나로 모아 최종적으로 합의를 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30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본금 편법 충당' MBN에 승인취소 처분을 내릴 것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방통위가 6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 사유로 제시한 26년간의 방송사업 영위, 시청자 피해와 고용문제 등은 방송법 시행령상 감경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창룡 위원이 "승인취소 외에 답이 없다"고 말한 배경이다. 전체회의 후 이어진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김현 부위원장은 "과정상에서 김창룡 위원이 생각을 충분히 했겠지만, 합의정신 사유를 더 존중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MBN이 방통위 행정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경우 영업정지가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질문에 김현 부위원장은 "예단하기 어렵다. MBN(조치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방송 전부에 대한 영업정지 시 MBN이 유튜브 라이브 등 OTT를 통해 방송을 한다면 방통위가 제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현 부위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행정처분을 집행하겠다고 답했다.

MBN 승인취소를 촉구해 온 언론시민사회에서는 "방통위가 스스로 역할을 내던졌다"는 규탄이 나왔다. 시민사회연대체 '방송독립시민행동'은 방통위 의결 직후 성명을 내어 "방송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최초 승인을 받았고, 시행령의 '허가취소 등의 처분기준'에 따라 '위반행위가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가 아닌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으로' 가중 사유에 해당함에도 영업정지의 행정처분을 내렸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방통위는 그래도 법과 원칙은 지켜야 하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조직적인 범죄와 은폐가 드러났음에도 업무정지의 면죄부를 준 방통위의 이번 행위는 종편과 민영방송의 사주들에게 어떤 일탈이 있더라도 면죄부를 받을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방송환경 정상화가 아닌 혼탁만 부추기는 방통위는 차라리 해체하는 게 답"이라고 비판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이날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승인취소를 안함으로써 MBN 매출에 영향을 미쳐 오히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더해졌고, 시청자 시청권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법과 원칙에 어긋나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은 아닌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총평했다. 하승수 대표는 MBN에 대한 승인취소와 방송영업 1년연장을 통해 고용안정과 시청자 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어 하승수 대표는 "방통위가 규제기관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의심받게 될 것"이라면서 "방송법 시행령에 방통위가 제시한 감경사유는 없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발령한 행정처분 기준에 위반되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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