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일) 한나라당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의 "국정파탄세력이 국무위원을 흠집내고 있다" "개혁방해세력은 사퇴하라"는 발언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발언으로 즉각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는 어제 회의에서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국정파탄세력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조직법 개혁을 무산시켰고 국무위원 후보 흠집내기로 아직도 조각조차 제대로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은 정권을 교체시킨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받들어 하루빨리 그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발언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국정파탄의 주범은 바로 엄정하고 청렴한 공복을 뽑아야 하는 국민적 여망을 무시하고 소위 '부자 내각'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명박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이다. 벌써 잊었는가? 이명박 정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 15명 가운데 12명이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두 채 이상씩 가진 '부동산 부자'들이고 이들이 소유한 아파트 등의 절반 이상은 서울 강남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의 평균 재산은 39억 1,378만원이며 일부는 아파트 등 건물을 3∼5채씩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과정에서 국무위원 후보자 3명이 자진사퇴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또한 아직도 방송통신위원장과 국정원장은 그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한나라당은 이것을 '흡집내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국민의 정서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짓이다. 그러니 대선 승리에 도취돼 착각 속에 빠져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만해도 그렇다. 대통령 측근인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내정을 두고 야당뿐만 아니라 언론노동자와 범시민단체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반대할만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반적인 검증 기준인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97년 대선 여론조사내용 유출, 문공부 동아일보 내부동향 보고 등을 통해 공직자의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 더욱이 최시중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고 선대위 고문에다 6인회의 좌장이었다.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를 자칭하고 있는 사람에게 ‘방송 정책’에 관한 모든 권한을 주는 것이며 이는 언론노동자들이 피땀을 흘려가며 쌓아왔던 20년의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말 것이다. 이것이 ‘개혁을 방해하는 것“인가?

개혁방해세력의 사퇴 발언을 운운한 것도 수구적인 발상이다. 공공기관장의 임기보장은 정치적인 중립성과 사회적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임기제 보장'은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공공기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이 쉽게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마련해준 제도적 틀이다. 특히 KBS의 경우, 그동안 정권의 나팔수라는 불명예를 떨치고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자가 "안 나가면 알아서 해라"는 식의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잘 나가던 인사 몇몇이 밀실에 앉아 친소관계에 따라 장기 두듯 공공기관장을 임명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한나라당이 아직도 대선 승리에 도취돼 '착각'와 '오만' 속에서 케케묵은 정신자세로 총선에 임한다면 국민의 엄한 시선이 결코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어제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의 발언 내용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하라!

2008. 3. 12.

KBS 경영협회, 기자협회, 기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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