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진경] 장기 실종아동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증발>이 20년 장기 실종된 딸 최준원에게 보내는 최준원 아버지 최용진 씨의 #아빠의_편지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오래된 홈비디오 속 티 없이 맑게 웃는 모습과 대비되는 “2000년 4월 4일 실종된 여섯 살 최준원은 저의 둘째 딸입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된다. 이어 긴장한 듯 카메라 앞에 선 아버지 최용진은 “모든 것이 아직도 생생해요. 금방 찾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습니다. 20년 동안 시간이 멈춘 것 같습니다”라고 회상하며 편지를 읽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증발> #아빠의_편지 영상 갈무리

자신이 버텨야 준원을 찾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20년을 살아온 그는 서울 망우1동 염광아파트 놀이터 그네 앞에 줄 서 기다리거나, 만 5살도 안 된 무렵 유치원이 아닌 학교에 보내 달라고 떼를 쓰는 준원의 20년 전 모습을 마치 어제 일인 듯 생생히 떠올린다. “유치원을 한 달 다니고 사라진 것이 아빠는 너무 지금 목이 멘단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또 건강하게 잘 있는지 궁금하고, 잘 있을 거라고 믿고 있고”라는 말은 6살 어린이 준원이 26살 성인이 되었을 지금까지 그가 견뎌냈어야 할 시간을 짐작케 한다.

“너무 오래되다 보니까 이제는 네가 아빠를 찾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는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빠는 확신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말은 애써 눈물을 참던 이들마저 울컥한 마음을 쏟아내게 만든다.

6살 준원은 그림 그리기를 즐겨서 작은 몸집에도 스케치북을 항상 끼고 다녔고, 서울 동원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별님반에 입학했으며, 실종 당일 청자켓, 주황색 쫄바지, 흰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아빠의_편지 영상은 실종아동 준원의 관한 한 편의 이야기로 오랫동안 기억하게 돕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증발> #아빠의_편지 영상 갈무리

오랜 세월 속 고립되어가는 준원 가족의 정신적 고통을 내밀하게 그린 <증발>의 메시지는 준원 가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처와 치유의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다양한 층위에서 화두를 던지고, 영화가 가진 가장 효과적인 힘 ‘공감’으로 실종아동 문제에 대한 관심을 모은다. 올해 4월 기준, 실종 기간별 장기 실종아동은 5~10년 19명, 10~20년 55명, 20년 이상 564명에 달한다(자료: 보건복지부, 경찰청). 영화 <증발>이 실종아동 문제에 대한 관심과 기억을 모아 기적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실종아동 최준원의 아버지 최용진의 20년 집념을 담아 기적을 만들어나갈 <증발>은 11월 12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다큐멘터리 <증발> #아빠의편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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