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편법 자본금 충당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MBN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처분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MBN이 29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불법행위가 드러난 이후 오히려 매경신문사 대표로 승진해 논란이 일었던 장승준 MBN 대표이사가 사퇴하기로 했다. 이날 대국민 사과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방통위 의견청취 자리에서 '대국민 사과도 없었다'고 지적받은 지 하루 만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는 지난 2개월 동안 '불법 경영진 사퇴'를 촉구해왔다.

29일 MBN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MBN은 "2011년 종합편성채널 승인을 위한 자본금 모집 과정에서 직원명의 차명납입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며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사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그동안 MBN을 사랑해 주신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29일 MBN은 편법 자본금 충당 등 불법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MBN 홈페이지 갈무리)

MBN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장승준 MBN 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난다"며 "MBN은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의 사랑받는 방송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대국민 사과문을 홈페이지 게재, 방송 등을 통해 공표할 예정인지를 묻는 미디어스 질문에 MBN 관계자는 "현재 홈페이지 게재를 요청한 상태이며 메인뉴스를 통한 사과문 발표는 30일(방통위 행정처분 유력일자) 이후 시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MBN의 전격적인 대국민 사과는 행정처분을 앞두고 28일 열린 방통위 의견청취에서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방통위는 장 회장에게 2019년 MBN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없다는 점, 범법행위를 저지른 경영진을 해임하지 않고 오히려 장승준 대표를 매경신문사 대표로 승진시킨 점 등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장 회장은 "세대교체를 감안한 결정이었지만 생각이 짧았다"고 답했다. 장 회장은 자본금 편법 충당 사태에 대한 최대주주 대표자로서의 책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고, 방통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주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회장과 MBN 측은 이날 방송법 시행령상 행정처분 감경사유를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장 회장은 "방송의 공공성을 저해한 행위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26년간 방송을 열심히 해오고 시청자를 위해 노력한 점에 대해 고려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MBN측 법률대리인은 "방송법 시행령 감경사유 중 3번인 최초 위반행위로서 5년 이상 모범적인 방송을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 외 감경사유에는 해당될 여지가 부족하다고 했다.

방송법 시행령 '별표 1의 2'에는 방송사업자 허가취소 등에 대한 기준과 감경·가중 사유가 명시돼 있다. 해당 기준은 위반행위가 2개 이상이고 각각의 처분기준이 다른 경우에 그 중 더 무거운 처분기준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행정처분 부과권자(방통위)에게 처분수위 감경·가중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허가·등록 취소의 경우에는 6개월 업무정지 처분으로 감경할 수 있고, 업무정지의 경우 처분기준의 2분의 1 범위에서 감경·가중할 수 있다.

지난 2개월 간 1인 시위 등을 통해 '불법 경영진 사퇴'를 촉구해 온 언론노조 MBN지부는 29일 "장승준 사퇴는 MBN 개혁의 시발점"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MBN지부는 자본금 편법 충당 사건 재판에서 장승준 대표와 함께 유죄를 선고받은 류호길 MBN 대표의 사퇴와 이유상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의 'MBN 경영 불개입 선언'을 촉구했다. 아울러 주요임원 임명동의제, 노동이사제, 시청자 추천 사외이사제, 시청자 참여 사장공모제 등 재발방지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MBN에 대한 방통위 행정처분이 결정될 것으로 유력한 30일 시민사회연대체 '방송독립시민행동'은 방통위 앞에서 MBN 승인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37개 언론‧시민단체는 26일 방통위에 MBN 승인취소를 촉구하는 공동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매일방송 경영진은 차명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청약금을 대납하고 주권을 일괄수령하여 매경미디어센터 경영지원국 금고에 보관하는 등 매우 조직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했다"며 "정상참작의 여지도 전혀 없다. MBN과 같은 악의적인 불법에 대해 승인취소를 하지 못한다면, 방송법은 휴지조각에 불과한 법률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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