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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는 국제적 호갱"…'소비자권익 3법' 처리 촉구시민사회 "기업 망한다는 재계 주장, 어불성설"…가습기살균제, BMW 화재, 개인정보불법매매 등 입법 이유 차고넘쳐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10.26 15:39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 소비자는 국제적 '호갱'(호구+고객)이다"

집단소송법·징벌적손해배상제·증거개시제도 등 이른바 '소비자권익 3법'의 입법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주요 선진국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힌 '소비자권익 3법'이 국내에서 제도화되지 않은 탓에 국내·외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를 '호갱'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오랜 논의를 거쳐 무르익은 '소비자권익 3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경제정의실시민연합·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17개 시민단체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소비자권익 3법' 처리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박주민,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소비자권익 3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또한 법무부는 '소비자권익 3법' 도입을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재계와 일부언론은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26일 경제정의실시민연합·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17개 시민단체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소비자권익 3법' 처리를 촉구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보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법안을 설계하게 됐다며 "기업이 악의적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모든 이익을 전부 토해내는 게 징벌적손배제의 본령"이라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피해소비자가 개인 대응이 힘들어 포기하지 않도록 집단소송이 가능하게 하고, 기업이 쥐고 있는 사실관계 입증자료를 피해자가 볼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권익 3법'의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홈플러스 개인정보불법매매 사건을 예로 들었다. 홈플러스는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경품행사를 벌여 고객개인정보 712만건을 수집, 건당 1980원에 7곳의 보험사에 팔아 232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임 사무총장은 "5년 간 싸워서 승소해 1인당 5만원에서 30만원을 받았다. 집단적 소비자 피해의 현 주소"라며 "전경련, 대한상의, 경총 등 재계가 '소비자권익 3법'에 '기업이 망한다'고 소비자를 우롱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특위 위원장은 2018년 BMW 주행 중 화재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등을 언급하며 '소비자권익 3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BMW의 경우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에서 100만대, 영국에서 50만대를 리콜했지만 한국에서는 끝까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다가 국토부 조사 발표 후에야 비로소 리콜을 결정했다"며 "다국적 기업 BMW가 한국에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 이유는 한국에서는 시간을 질질 끌다 손해배상을 해주나 미리해주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그랬다면 100배쯤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라임·옵티머스 사건도 금융감독원이 움직여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발표를 해야 비로소 금융사들이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얘기를 할 것"이라면서 "금융사들은 발뺌을 하고 소비자들이 스스로 입증해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민카드로부터 개인정보를 유출당해 소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집단소송은 안되기 때문에 소액소송을 진행, 소송기간 5년이 걸려 10만원을 받았다"며 "다른 피해자도 금감원에 민원을 넣으려 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이었다. 국민카드는 이를 정확히 알고 소송을 진행한 사람들에게만, 그것도 10만원씩 배정을 해놓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사가 망할 정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었으면 이렇게 안한다. 그런데 피해자 개인 당 10~15만원의 정보유출 보상비용이 든다면 금융회사가 보안에 과연 신경을 쓰겠나. 라임·옵티머스 같은 사기펀드를 금융회사가 저렇게 판매할 수 있었겠나"라며 "(재계 등 반대주장은)어불성설이다. 지금이라도 법을 개정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고, 사태를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리얼미터)

한편, 또다른 쟁점인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한 시민사회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은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정부(법무부)안이 아직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국회에 오른 법안들 위주로 정기국회 내 처리를 촉구 중"이라면서도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법원에서 실제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사례는 위법성 조각 등으로 극히 드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월 28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은 50인 이상의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청구할 수 있고, 기업이 고의·중과실 위법행위를 저질러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의 5배 이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무부의 이번 입법예고안은 언론사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이와관련해 신문협회·기자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3단체는 헌법 상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과잉규제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 언론3단체는 27일 노웅래 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단장이 토론자로 참여하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긴급토론회를 개최한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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