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와 구글에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쇼핑 알고리즘 조작, 앱통행세 30% 인상 등 두 기업의 행위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22일 국회 정무위 종합 국정감사에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 모두 두 기업의 행위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판단, 비판에 나섰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왼쪽)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네이버의 일반검색 시장지배력이 쇼핑검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이버 내 일반검색 부서와 쇼핑 사업부 간 소통이 자유로운 구조 속에서 시장지배력 전이를 방지할 장치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6일 공정위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서비스 알고리즘을 수년 간 조정해 자사에 유리하도록 상단 노출시켰다며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네이버쇼핑 입점업체 상품에 가중치를 두어 상단에 노출시키고, 경쟁 오픈마켓 제품은 낮은 가중치를 두어 검색 순위를 떨어트리는 사실상의 '조작'을 했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다. 네이버는 자사 이익을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한 게 아니라 중소업체 검색 등 검색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정이었다며 법적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오 의원은 "구글에 대한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 보고서를 보면 빅테크 기업의 반경쟁 행위에 대한 권고안으로 소유와 기능의 구조적 분리를 언급하고 있다"며 "일반검색 부서와 쇼핑검색 부서가 긴밀히 업무협력을 하고 있고, 그렇게 소통하게 되면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을 어떤 식으로 조정할 수 있는가 논의할 것이다. 네이버가 검색결과를 조정하는데 통제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네이버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네이버페이 담당 임원이 네이버 검색팀과 나눈 이메일 대화를 공개했다. 이 대화에 따르면 임원은 페이지당 네이버쇼핑 제품의 노출 개수를 5%씩 늘리는 테스트를 요구했고, 직원은 '콜'(확인)을 해주면 실험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오픈마켓 시장에서 2015년 5.0%였던 네이버스토어 점유율은 2018년 21.1%까지 확대됐다.

이에 대해 한성숙 대표는 검색부서와 쇼핑사업 부서 간 소통을 통제하는 장치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데이터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검색품질 영향을 보기 위한 것이다. 숫자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같은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네이버가 내부적으로 자율준수나 차이니즈월(정보교류차단)같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소비자나 입점업체에 궁극적으로 좋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미 하원 반독점 소위에서 언급된 빅테크 기업 분리 논의에 대해 "우리와 비슷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며 "한국의 법적 제도 안에서 가능한 건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한 네이버의 항변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비판에 나섰다. 윤 의원은 "네이버는 오픈마켓은 오픈마켓 통으로 계약하고, 네이버스토어는 쇼핑몰단위로 계약을 한다. 중소쇼핑몰을 위해 조정을 했다고 하는데 오픈마켓에 입점하면 중소쇼핑몰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네이버스토어에 들어온 중소쇼핑몰만 챙기고 다른 오픈마켓에 들어간 중소쇼핑몰은 안챙긴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견을 낼 때는 일반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항변을 내놔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윤 의원은 2017년 구글이 자사 쇼핑서비스 검색 결과를 최상단에 노출하고 경쟁 쇼핑몰 노출 순위를 하향 조정해 유럽연합(EU)로부터 과징금 3조 3천억원을 부과받은 사례를 네이버 쇼핑검색 조정과 유사사례로 언급하며 공정위의 과징금 수위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구글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구글은 앱마켓 인앱결제(내부결제 시스템) 강제방침에 앱수수료 30% 인상과 국내법 준수 미비 문제로 여야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국민의힘 이영 의원은 "구글은 전체 앱 중 1%만이 유료이기 때문에 인앱결제 의무화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극소수라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국내 앱 매출 상위 10개 중 한국앱이 아닌 것은 2개 뿐"이라며 "이 순위 안에서 구글의 매출 대부분이 나온다. 구글의 지난해 국내매출액은 5조 9천억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30% 구글 수수료가 적용될 때 유통사(앱사업자)는 마진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 금액을 올리든 창작자 몫을 떼야 한다"며 "구글 수수료는 구글과 이동통신사가 반반 갈라 가져간다. 수수료가 인상되면 결국 속된 말로 노나는 건 구글과 이통사고, 소비자나 영세사업자, 크리에이터 개인들이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는 "국내에서 약 100개 이하의 앱개발사들에게만 영향이 있다. 이미 97% 정도는 인앱결제를 준수하고 있다"는 구글측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의원은 "구글의 모토는 돈 비 이블(Don't Be Evil)였는데 이제 머스트 비 이블(Must be evil)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구글은 인앱결제를 통해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다. 이대로 두면 국내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쟁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쟁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국내든, 국외든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가 현재 구글의 앱마켓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 경쟁제한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며 이 중 한건을 올해 안에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민 의원은 구글이 청소년 유해 검색결과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구글과 네이버에 각각 초성 'ㅇㄷ'을 검색한 결과를 띄워 비교했다. 네이버 검색결과에서는 고양이, 애니메이션 등의 이미지가 주로 검색됐지만 구글에서는 음란물로 추정되는 이미지들이 화면을 채웠다.

민 의원은 "구글이 계속 국감장에 불려오는 이유는 답변만 하고 개선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매매 방조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라며 "유해정보 삭제비율이 낮다고 지적했을 때 표현의 자유 운운하면서 개선하지 않은 결과 4년째 국감장에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무는 국내와 글로벌 간 알고리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정부로부터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민 의원은 "글로벌이든 뭐든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 개선하고 수정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국정감사 종료(23일) 전까지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내일 국정감사 종료 이전에 법안소위를 열어 (전기통신사업법을)통과시키자는 저와 여야간사 간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인앱결제 수수료율 인상에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합의된 내용을 준수할 수 있도록 여야 간사에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20일 미국 법무부가 구글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정부가 자국 기업인 구글에 제기한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해외사업자 구글로부터 인앱결제 강제를 요구받는 우리로서는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게 마땅하다. 과방위 차원의 결의안을 채택하고 전기통신사업법의 일괄처리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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