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중국의 일부 네티즌과 매체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수상소감에 대해 비난 여론을 쏟아내자 조선일보 등이 이를 기사화했다. 이와 관련해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언론이 중국매체 ‘환구시보’를 과대평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국 내의 과잉민족주의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7일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이 수여하는 ‘밴플리트 상’을 받으며 밝힌 수상소감이 발단이 됐다. 밴플리트상은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관하며 한국과 미국의 우호관계에 공을 세운 한국인과 미국인에게 수여한다.

(사진자료=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의 리더RM은 수상소감으로 “코리아소사이어티의 2020년 연례행사는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이라 더 의미가 짙습니다.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 및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발언을 트집 잡았고 중국매체 ‘환구시보’는 12일 “(BTS)의 수상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삼성, 현대 등은 중국 내 BTS를 모델로 삼아 제작한 광고를 내리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다음 날 1면 톱과 2면에 대대적으로 중국 내 반응을 보도하며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13일 <BTS 수상소감까지…중국이 ‘검열’>, <사드 보복 이어…중국, 문화분야에서도 상전행세> 보도에서 환구시보 보도를 일부 인용 보도했다. 현재 환구시보의 중국어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13일 조선일보의 1면, 2면 보도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1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중국 네티즌 일부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로 “중국과 한국이 6·25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한국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 부르며 미국에 대항하고 조선을 도왔던 전쟁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미국과 한국의 입장에서 두 나라의 희생만 강조해 중국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중국 내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소수의 반응이라는 평가다. 이 교수는 “중국에서 네티즌 민족주의라든가 젊은층 애국주의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90년대 생의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한 세대로, 다른 세대에 비해 중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세대로 꼽혀 일명 ‘소분홍’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소분홍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아 ‘중국의 일베’로 이해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들의 과잉 민족주의적인 반응에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대응할 것인지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소분홍들이 BTS를 이슈화해 현대, 삼성이 광고를 내렸다. 이를 보고 ‘효과가 있네’라고 생각해 앞으로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극단적인 네티즌들의 반응을 증폭시키는데 언론이 역할했다고 봤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의 네티즌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를 앞세운 극단적 주장을 극단적인 언론매체가 증폭시킨다”며 중국의 환구시보와 일본의 산케이신문을 예로 들었다.

이어 “중국 안에서 환구시보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은데 우리는 산케이, 환구시보를 자주 인용해 그런 것들이 계속 증폭된다. 네티즌들이 먼저 불을 지펴서 언론이 더 확대시키는 경로가 있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네티즌들이 확대하는 경로가 있는데 이번에는 전자”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에서 위상이 낮은 환구시보를 우리나라가 과대평가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번은 우리나라가 너무 과잉해서 환구시보를 띄워주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환구시보가 영문으로 발행되다 보니 중국어로만 나오는 다른 중국매체에 비해 환구시보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가 나서서 환구시보에 BTS 관련기사를 내리라고 지시한 결정에 대해서는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이라 이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분홍이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해 이를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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