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통신요금 '유보신고제'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용약관심의위원회'를 되살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경협 의원은 지난 7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김두관, 김승원, 백혜련, 송재호, 안민석, 양경숙, 이성만, 이수진(비례), 이용선, 정춘숙, 홍성국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지난 5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사회단체가 국회 앞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요금인가제 폐지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모습(사진=미디어스)

김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과기정통부 장관이 유보신고제를 자의적으로 운용하거나 그 심의절차를 불투명하게 진행하는 경우 애초 취지와 달리 통신요금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국내 통신시장의 독과점 상황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과기정통부에 이용약관심의위원회를 두어 유보신고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고, 전기통신서비스 요금이 공정한 경쟁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산정되지 않는 경우 그 신고를 반려할 수 있도록 기준을 추가했다"며 "국민들이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서비스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 정부와 국회는 통신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오는 12월 10일부터 유보신고제가 시행된다. 기존 통신요금인가제는 이동통신사업자 중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기존 요금제를 인상할 때 과기정통부 이용약관자문심의위원회를 거쳐 장관 인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새 요금제를 인가 받으면 나머지 사업자들은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신고했다.

정부와 국회는 요금인가제를 이통3사 요금담합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를 폐지하면 통신요금 인하 경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신고한 새 요금제를 과기정통부 장관이 15일 내 반려할 수 있도록 하는 유보신고제를 설계했기 때문에 통신시장 공공성을 저해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시민단체는 지난 6월 제출한 입법 의견서에서 "이통3사의 독과점 상황을 개선할 다른 대책 없이 시장경쟁이 활성화되고 요금인하 효과가 날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인가제를 폐지한 것에 불과하다"고 총평했다. 시민사회는 이통사 간 요금인하 경쟁과 요금인가제는 무관하다고 지적해왔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을 인하하거나, 2·3위 사업자인 KT·LG유플러스가 요금을 인하할 때에는 인가가 아닌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은 유보신고제에 대해 "검토기간인 15일은 이용약관의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기에 부족한 시간이므로 이를 면밀히 심사할 수 있는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책임있는 심의를 위한 위원회 구성, 심의기준과 심의결과보고서를 공개함으로써 심의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 수정을 촉구했다.

김 의원 법안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이용약관심의위원회는 과기정통부 추천 2인, 시민사회단체 또는 소비자단체 추천 2인, 한국소비자원 추천 1인 등 총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위원 중 호선한다. 심의위원회는 필요 시 당사자나 참고인을 위원회에 출석시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당사자·참고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위원회에 출석해야 한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심의위원회 구성과 통신비 원가를 고려한 심의기준·심사결과를 각각 공개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회부된 상태다. 과방위의 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 기간 이통3사 요금제 정책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최근 통신비 원가를 공개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요금인가제라고 하는 제도를 폐지한다. 원가를 공개하는 것 대신 원가 보고받는 제도를 없애버리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 11월이 지나면 이제 정부는 '우리도 원가를 모른다' 얘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과 전혜숙 의원도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요금제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신고제가 아닌 인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 강국현 KT 커스터머 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문은옥 간사는 1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인가제에서 유보신고제로 바뀌면서 요금인상분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15일 내에 제대로 된 심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법안에 명시했다는 점은 상당부분 제도개선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라고 평했다.

다만 문 간사는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유보신고제에 따라 이통사가 제출하는 자료는 간소화 돼 통신비 원가 등의 정보는 알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문 간사는 "심의결과가 공개되고 심의위원회가 좀 더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유보신고제는 인가제와 제출하는 서류 자체가 다르다"며 "이번에 우상호 의원이 공개했던 통신비 원가 자료는 이통사가 제출한 5G 인가제 자료다. 유보신고제 때는 제출의무가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문 간사는 "통신요금 원가가 얼마인지를 알지 못하면 심의위원회에서 비싼지 안비싼지 판단할 수가 없다"며 "심의위원회가 자료를 요구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법상으로만 보면 인가제 때 보다는 모르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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