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MBC <놀면 뭐하니?>가 음원 발표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한 수익금은 모두 연말에 기부하겠다고 하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원 발표가 과연 무엇을 위함인지 조금은 의아하기도 하다.

물론 예능을 예능으로 보면 이상하지는 않다. 무엇이든 그 안에 들어가면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성이 확보된다. 밖에서 보면 왜 만들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떤 것이든 나름의 논리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놀면 뭐하니?> 역시 가볍게 시작해 <무한도전>의 변종으로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유재석만 제외하고 매번 새로운 출연진들로 인해 도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무한도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고 그렇게 다양한 확장성을 발휘하며 다다른 곳이 환불원정대다. 과거 <무한도전> 시절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한 말이 씨앗이 되어 도전하게 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복제를 하는 듯한 행태는 어쩌면 이들의 색채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스타일로 보면 그만이니 말이다.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로 이어진 환불원정대가 실패하면 그게 더 화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방송을 통해 이들의 준비 과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시점 가장 잘나간다는 작곡가가 곡을 쓰고 그렇게 몇 달 동안 정기적으로 방송이 되고 언론 역시 이를 그대로 받아 옮기는 상황에서, 이들이 낸 음원이 1위를 하지 못한다면 그게 기현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환불원정대' 음원 1위는 자랑이 될 수가 없다.

이 정도 지원이 이뤄지는데 음원 1위를 하지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고, 그런 점에서 음원 1위를 하고 얼마나 유지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방탄소년단이 나와 음원 1위 도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방탄소년단의 1위 도전보다 더 쉬워 보이기도 한다.

결국 현재 음원 1위 과정은 가진 자가 모든 것을 쓸어담는 시스템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홍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환불원정대까지 이어진 <놀면 뭐하니?>는 방송의 힘과 유명한 이들이 얼마나 함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벤저스가 나와 음원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대단한 성과가 아니라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예능에 예능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것은 반칙이다. 과거 <무한도전>은 수시로 반칙을 해왔다. 예능에서 ‘그 이상의 가치들’을 만들어왔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사라져 버린 <무한도전>은 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유재석 홀로 남은 무한도전은 트랜드를 찾아 떠나는 여정으로 다가온다. 소위 현시점에 먹힐만한 소재가 무엇인지를 찾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과물을 얻어내는 듯한 모습이다. 무모한 도전은 사라지고, 소위 될 수밖에 없는 조합에서 성과를 얻어내는 안정적인 구도를 추구하는 듯하다.

안정적인 시청률 박스에 연연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더는 <무한도전>은 아니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예능이 재미없다고 오해하지는 말자. 재미있다. 김종민이 등장해 "네" 하나로 모두를 웃게 만들고, 이를 잡아내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하나의 캐릭터로 고착화하는 과정에선 농익은 솜씨가 보인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유재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 트로트 가수에서 시작해, 혼성그룹에 이어 이제는 제작자까지 되며 부캐 놀이에 열중한 이들은 어디로 확장될까?

어떤 과정에서 툭 던진 말이 씨앗이 되고 그렇게 다음 이야기로 전개되는 방식이 언제까지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저 될만한 소재로 흥미를 유발하는 방송은 그렇게 말초적 재미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의 데뷔곡 ‘돈 터치 미(DON’T TOUCH ME)’

엄정화가 성대 수술 후 노래하는 것이 불안하다고 했다. 그렇게 유재석이 잘 아는 보컬 트레이너를 소개하고 노래하게 되었다는 과정은 조금 이상하다. 설마 엄정화가 보컬 트레이너를 찾아갈 생각을 못했을까? 아니면 레슨비가 없어 하지 못했을까? 작위적인 느낌이 감동을 막아서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최고들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받아 승승장구하는 유재석 1인 쇼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포맷이라면 자연스럽다. 그 안에서 잠깐씩 재미를 느끼라면 그것도 성공이다.

하지만 그저 될만한 아이템을 사냥하는 듯한 모습은 아쉽다. 전폭적인 물량 지원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허무함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결과가 초라하다면 그것 자체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무한도전>이 사라진 후 새로운 도전이 사라져가는 듯한 지상파의 예능은 이제 그렇게 외면을 받고 있다.

물론 <놀면 뭐하니?>에 열광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그저 이런 트랜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는 <무한도전>에 대한 그리움이 만든 결과물일지 모르겠다. 모자란 이들이 더는 모자란 존재가 아니게 되며 종영된 <무한도전>을 뒤로하고, 유재석 원맨쇼를 통해 모든 것을 가진 이들과 만들어내는 예능은 그래서 뭔지 모를 헛헛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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