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방송작가 노동실태가 국정감사 의제로 등장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방송작가 70%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획료·재방료, 표준근로계약서 등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유니온’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방송작가 근로조건 자율개선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역방송 작가 대부분은 재방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방송사 최초로 막내 작가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TBS는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작가유니온이 4월 3일부터 10일간 총 152명의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방송중이던 프로그램이 중단, 방송일 연기 외에도 방송국 자체적인 원고료 삭감과 해고, 재택근무 기간 증가 등으로 인해 70%가 강제 무급휴가 상태라고 답했다. (자료=방송작가유니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은 특수고용직 계약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작가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서면계약 없이 구두계약으로 일해 고용보험, 산재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어 이와 관련된 제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고용환경에 처해 있는지 알리고 노동부를 상대로 고용대책들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묻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를 위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상당수의 방송작가가 지원금 수령 요건인 계약서를 갖추지 못해 실효성 없는 지원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방송작가유니온이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 75%는 서면계약 없이 일하고 있다.

방송작가 표준계약서 문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준비하고 있다. 전혜숙 의원실 관계자는 “막내 작가를 중심으로 하는 계약서 작성 관련한 질의를 준비 중”이라며 “방송사 측에 자료를 요청해놓은 상태고 KBS, EBS, 방송문화진흥회 국감 때 질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획료 미지급 문제, 프리랜서 계약 실태 질의 예정

방송작가유니온은 ‘기획료 미지급'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부지부장은 지난 6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송 준비 기간에는 작가들에게 임금을 아예 주지 않거나 기존 임금의 50%만 주는 말도 안 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료는 방송사에서 정규프로그램이 편성되기 전 시범적으로 제작하는 파일럿, 시즌제, 신설, 다큐특집 프로그램의 시범 제작에 참여하는 작가에게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하지만 방송이 송출되면 회당 원고료를 지급하는 관행 탓에 작가들에게 기획료를 원고료만큼 지급하는 곳은 거의 없다. 기존 임금의 50% 혹은 70%를 지급하는 등 들쑥날쑥하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해 452명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획료를 받지 못했다고 답한 작가가 170명에 달했다. 원고료의 50%를 받았다는 답변이 46%로 가장 많았고, 임금의 절반도 못 미치는 기획료(30%, 25%, 20%)를 받았다고 답한 이가 31.8%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이 환노위 국감에서 방송작가 관련 문제를 질의하던 모습. (사진=방송작가유니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는 26일 종합감사에서 ‘기획료 미지급 문제’를 질의할 예정이다. 이수진 의원실 관계자는 7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방송이 예정됐던 프로그램들이 기획단계에서 엎어졌다. 이에 기획료를 받지 못한 작가들의 제보를 받고 KBS, MBC, EBS 등 방송사에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데 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참고인으로 프리랜서 시사교양PD를 불러 프리랜서 계약실태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

기획료 미지급 문제는 지난해 환노위 국감에서 다뤄진 바 있다. 당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을 불러 기획료 미지급 문제 등에 대해 청취했다. 이 의원은 “기획료가 문제 되니 2018년 6월부터 프로그램연구개발비를 작가들에게 주고 있지만 지역KBS는 지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성일 KBS인력관리실장은 “작가 문제가 직원 범주에 들어있지 않다 보니 과거에는 관리가 부실했다”며 “지금은 문제를 인식하고 회사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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