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당일 추가 피해자 존재 여부를 단정적으로 보도한 SBS 8뉴스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SBS가 취재원 1명의 전언을 기사화한 점, ‘피해자가 본인 외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했다’는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기사를 수정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SBS 8뉴스는 박원순 시장 실종 당일인 7월 9일 “2017년부터 박 시장 비서로 일했던 A씨가 변호사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았다”면서 “A씨는 본인 외에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하지 못한 가운데 본인이 용기를 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A씨의 근무 시작 시점은 2017년이 아니며, A씨 소송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7월 13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A씨)는 다른 피해자가 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SBS는 추가 피해자 언급 부분을 수정하지 않았다.

SBS <"박원순, 지속적 성추행…대화록 제출" 비서 고소장> 보도 (사진=SBS 방송화면 갈무리)

조성현 SBS 시민사회팀장은 7일 방송소위 의견진술에서 “고소 사실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취재원 설명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다”면서 “취재원의 직책과 녹취 등을 고려했을 때 진실이라 생각했다.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당사자를 만나는 건 고려하지 않았다”고 취재 경위를 설명했다.

조성현 팀장은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부분은 왜 수정하지 않는가”라는 위원들 질문에 “의견진술 출석 통보를 받기 전까지 회사에 시청자·당사자 민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문제 소지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박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종합적 결과를 보고 (기사 수정) 판단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면서 “새로운 피해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소영 위원은 “피해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자체가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부정확한 정보가 떠돌면 마치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면서 “A씨가 추가 피해자 존재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기사를 유지하는 게 맞는가”라고 물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언론사는 점집이 아니다. 기사를 수정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허미숙 부위원장, 강진숙·박상수·이소영 위원은 SBS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이소영 위원은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크로스체크가 어려웠던 건 맞다”면서 “하지만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으면 걸맞은 조처를 해야 한다. 악플러 못지않게 나쁜 것은 악플러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은 “SBS는 취재원 말만 듣고 보도했다”면서 “사실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상로 위원은 심의 도중 “국가기관이 박원순 성추행 의혹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위원은 “누군가 우리를 이용해 박원순 시장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했을 수 있다"면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SBS에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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