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언론노동자들이 올해 국정감사 언론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공·민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지역언론 지원방안, 포털 사업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법적 지위 명확화, 미디어개혁 사회적 논의기구 실행방안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밖에 방송작가 권익보호 마련, 경기방송·OBS경인TV 폐업사태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 등이 현안으로 꼽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20 국정감사 의제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국감은 비례 위성정당 논란을 감수하면서 만든 174석 거대 여당이 스스로 천명했던 개혁과제에 대해 국민의 첫 번째 평가를 받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코로나19발 위기에서 언론 노동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라며 "언론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길은 멀고, 언론사 경영진의 위기 대책은 무력하기만 하다. 밀려오는 위기의 파고 앞에서 언론인의 특권과 권리를 내려놓고 시청자와 독자의 눈으로 겸허하게 이번 국감에 임하겠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20 국정감사 의제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현 정부여당에서 약속한 언론개혁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지난 3년여간 언론개혁 정책은 말만 꺼내놨지 상실되다시피 했다. 언론의 힘과 가치는 진영논리에 의해 '기레기', '기더기'로 나락에 떨어졌다"며 "언론계가 자성하고 밑바닥부터 고쳐야 하지만, 법·제도를 책임진 정치권은 언론개혁 과제를 두고 무엇을 했나"라고 반문했다.

오 위원장은 "민주당은 그저 TF(미디어 언론 상생 TF)하나 만들어놓았다. 시민사회는 20년동안 바뀌지 않은 언론계 현안들을 바꾸기 위해 미디어개혁국민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며 "이제 국회가 화답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공약에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를 명시한 바 있다.

이어 오 위원장은 공·민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포털 사업자에 대한 사회적 책무 부여를 촉구했다. 그는 "촛불시민들이 외친 공영언론에 대한 시민참여형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묻고 따져야 한다. 더불어 대주주의 전횡에 의해 상처나 급기야 정리해고와 폐업까지 이르는 상황에 놓인 민영방송에 대해 정치권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포털은 자신들이 언론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가 볼 때 그들은 언론이고 사회적 책무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이에 대한 법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권은 정쟁의 도구로 포털을 이용하지 말고, 포털에 사회적 책무를 지워야 할 때"라고 했다.

언론노조 산하 각 조직 국정감사 의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각 상임위별로 나뉘어 제시됐다.

과방위 의제부터 살펴보면 언론노조 산하 MBC본부는 공영방송 법제도 정비와 정치·경제적 독립을 위한 재원구조 마련방안을 제안했다. 지역방송협의회는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위상 강화 ▲소유·경영 분리를 위한 제도개선 ▲공영방송이사회 지역대표성 보장 ▲지역방송 결합판매광고 급감에 따른 대비책 ▲지역방송발전기금 증액과 편성안정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지부는 지상파 광고매출 하락에 따른 방송광고제도 개선과 언론재단 정부광고 독점대행에 대한 위헌성 해소를 제시했다. 방송작가지부는 KBS 지역방송활성화 대책과 재방료 지급규정의 개선을, 경기방송지부와 OBS지부는 폐업과 정파에 대한 방통위의 입장을 제안했다.

문체위 의제로 지역신문통신노조협의회는 코로나19 긴급지원, 지역신문발전 3개년 계획과 실제 집행의 차이, 정부광고 매체·기관별 집행현황과 집행기준, 포털 뉴스제휴 방식에 대한 비판과 대안 등을 제시했다. 환노위 의제로 방송작가지부는 프로그램기획료 미지급 관행 개선을 제안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시급한 현안에 직면해 있는 언론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비중있게 다뤄졌다. 박은종 OBS지부장은 "대주주 백성학 회장(영안모자)은 OBS 탄생 당시 '공익적 민영방송에 900억을 투자하겠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 수많은 약속을 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약속을 뒤바꿨다"며 "OBS는 현재 구조혁신 명분으로 인원정리를 진행 중이다. 인원을 줄이고 임금을 깎지 않으면 조용히 폐업을 진행하겠다는 시나리오까지 있다"고 비판했다.

박 지부장은 "폐업 협박으로 200명 직원과 가족들을 볼모로 잡은 것이다. 백 회장은 OBS 뿐만 아니라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대우버스 인원 전원을 해고하고 자일자동차판매에도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핑계로 수많은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 백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백정수 의장을 국회로 불러 불량사업자에게 경종을 울려달라"고 촉구했다.

경기방송 폐업으로 해고 6개월째를 맞은 장주영 경기방송지부장은 방통위가 약속한 법적 미비 개선과 새 사업자 공모를 촉구했다. 장 지부장은 "지난 3월 경기방송은 경영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주주의 권리를 방통위가 침해했다고, 노조가 경영권을 간섭했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폐업했다"며 "대주주의 방송사유화와 전횡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 없다. 경기방송 대주주는 150억원 가량의 자본잉여금을 들고 달아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장 지부장은 "방통위는 이런 먹튀방송국을 막기 위해 방송법 개정을 약속했지만 반년이 지났다. 경기도민의 청취권 보호를 위해 신속히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방통위는 반년 째 검토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한다"며 "경기방송 언론인들은 생계가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연명 중이고, 방통위가 대책을 보여주지 못하자 다른 곳으로 떠나고 있다. 저희가 다 떠나고 나서야 사업자 공모를 시작할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장 지부장은 또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자신의 참고인 출석을 거부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과방위 증인·참고인 명단 채택 과정에서 민주당측이 장 지부장을 8일 방통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불러 경기방송 상황을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측이 반대해 무산됐다는 게 장 지부장 설명이다. 장 지부장은 "지금이라도 참고인으로 불러달라"고 촉구했다.

김한별 방송작가지부 부지부장은 지난해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방송작가 처우 문제가 지적되고 문체부 실태조사를 통한 자율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주요 방송사들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지부장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송준비기간에는 작가들에게 임금을 아예 주지 않거나 기존 임금의 50%만 주는 말도 안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재방송료를 받기 어렵고, 예술인 고용보험에 필요한 서면계약서는 70% 현장에서 작성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제기를 해도 시정되지 않는다. 공정방송 외치는 분들은 프리랜서 작가들을 먼저 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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