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구글이 자사 어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판매되는 모든 앱에 30% 수수료를 적용하는 '인앱결제'를 내년 강행하겠다고 발표하자, 국회에서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이 제안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법 위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태점검에 착수했다.

29일 구글은 자사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앱 중 '인앱결제'를 제공하는 앱은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앱결제'란 앱 관련 모든 결제를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특정 앱마켓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구글은 기존에 게임앱에 30% 수수료를 적용하던 인앱결제 시스템을 일반앱(수수료 10%)에도 확대적용하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구글은 신규 등록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앱은 내년 10월부터 인앱결제 의무를 적용할 예정이다. 애플은 처음부터 모든 분야에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부과해왔다.

방송통신위원회, 구글 플레이스토어 로고(사진=미디어스)

구글의 인앱결제 확대 방침에 국내 모바일콘텐츠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애플과 같은 수준으로 구글의 수수료가 조정되는 것에 국내 업계가 들썩이는 이유는 구글의 압도적인 시장지배력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간 오픈소스를 통해 휴대전화 운영체제(OS) 시장점유율을 70%대까지 끌어올린 구글이 사실상 독과점 수익을 꾀하는 것으로 콘텐츠사업자 매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앱 서비스 가격 상승과 이용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0,450원(9,500원+부가가치세 950원)이지만,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14,000원이다.

이 같은 구글 방침에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공동으로 인앱결제 강행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구글코리아 낸시 메이블 워커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밖에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 이태현 웨이브(Wavve) 대표, 정진수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 정종채 법무법인 애스엔 변호사 등이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침 관련 참고인으로 신청됐다.

홍 의원은 29일 보도자료를 내어 "구글의 방침은 시장지배자로서의 위치를 남용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수준으로 소비자 피해는 물론 앱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홍 의원은 "과방위 차원의 결의안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결의에는 여야 합의를 전제로 구글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또 홍 의원은 계류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최우선적으로 병합처리할 것을 과방위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구글과 같은 해외사업자가 지위를 이용해 모바일콘텐츠 개발자와 불합리한 계약을 체결할 시 이를 정부가 규제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방침이 관련법 위반행위인지 판단하겠다며 실태점검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구글의 방침이 발표된 만큼, 실태점검 등을 통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 홈페이지에 앱 마켓 사업자의 불공정행위와 이용자 이익침해 행위에 대한 접수창구가 10월 중 개설된다. 아울러 방통위는 사업자와 이용자를 대상으로 구글 정책 변경에 따른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진성철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통신시장조사과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구글이 정책을 발표했고 빠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상황에서 사실조사에 들어가기 전 위법행위 여부를 따져보기 위한 일종의 사전조사"라며 "현재의 상황들과 정책 시행 이후 변화·피해 등을 비교하기 위한 전반적인 조사"라고 실태점검 취지를 설명했다.

진 과장은 "다 만나 뵙지는 못하겠지만 이용자, 게임업계, 디지털콘텐츠업계 등 구글 정책 시행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들에 대한 면담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구글이 발표한 정책에 대해 단순히 표면상의 불만들을 가지고 판단해선 안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해 나가기 위해 전반적으로 꼼꼼하게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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