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중부케이블 부당전보 논란에 대해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노동자를 전주에서 천안·아산·세종으로 전출 보낸 것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희망연대노동조합은 29일 노동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의 선에서, 인권의 관점에서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고 반발했다.

지난 1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유지’와 ‘복지향상’을 조건으로 달았다. 합병 승인 당시 SK는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안정을 약속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 내재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부케이블은 6월 19일 노동자 8명을 전주에서 천안·아산·세종으로 인사이동을 실시해 부당 전보 논란이 불거졌다. 노동조합은 ‘인사이동 불가’ 의견을 냈으나, 사측은 인사이동을 강행했다. SK브로드밴드는 “정부의 인수합병 승인 조건은 ‘고용유지’이지 ‘인사이동 금지’가 아니다”고 밝혔다.

희망연대가 29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전북본부)

희망연대는 7월 1일 부당전보 구제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8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전주-천안·아산·세종 전출이 회사의 정당한 인사권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희망연대는 29일 기자회견에서 “상식의 선에서, 인권의 관점에서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면서 “노동위는 방송통신업계의 간접고용 실태, 기술서비스 노동의 특성, 중부케이블이라는 회사의 노동 탄압 역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사측의 인사권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희망연대는 “이제 수천 명의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은 회사의 인사권에 휘둘려 자진 퇴사를 하게 될 것이고, 하청업체들은 중간착취를 늘릴 것”이라면서 “노동위원회는 노동자 학대와 구조조정을 허락했고 나아가 방송통신서비스의 공공성과 지역성을 훼손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전보 당사자인 이종성 씨는 “부당전보 3개월이 지났다. 어제 하루(노동위 판결일)만 바라보고 출퇴근을 했는데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밝혔다.

김종이 티브로드지부 전주권역 부지부장은 “회사는 업무가 줄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업무가 줄었나”라면서 “정부와 노동위원회는 뭘 하고 있나. 코로나19로 힘들다고 하는데 통신재벌들은 평소보다 더 벌고 있고, 노동자들은 나락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호 희망연대 티브로드지부 사무국장은 “노동위는 사측의 편을 들었다”면서 “자본의 논리에 부응하기 위해 노동자를 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수십명이 해고 당했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투쟁해서 복직했다”고 밝혔다.

박장준 희망연대 조직국장은 2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추석 이후 투쟁을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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