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국방부와 북한 측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국방부 발표가 실체적 진실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정 부의장은 북한군이 시신 소각 사실이 알려지면 국제적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축소 보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별개로, 김정은 위원장 사과를 통해 남북미 관계가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방부는 24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 모 씨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졌고, 북한군은 이 씨의 시신을 불태워 훼손했다”고 발표했다. 군의 발표가 나오자 김정은 위원장은 25일 “영해를 불법 침입해 사살했다”면서 “(시신은 불태우지 않았고)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소각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27일 해병대가 연평도 앞바다를 정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와 북한 측 입장이 엇갈리는 것과 관련해 정세현 부의장은 28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방부 발표가 실체적 진실에 가깝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사람을 태웠다고 하면 국제적으로 북한의 이미지가 아주 나빠질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끝나고 북미관계 개선 여지가 없어진다면 북한으로선 곤란할 것이다. 북한군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축소 보고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현 부의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미 국면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부의장은 “미국 국무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는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밝혔다”면서 “(이번 사과가) 북미관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더 이상 확대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의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10월 7, 8일쯤에 한국에 온다"면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에 들어가 관련 문제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국면이 바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북한에 이번 사건을 공동 조사하고, 군사 통신선을 재가동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부의장은 공동 조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부의장은 “대통령은 도리상 당연히 공동조사를 제안해야 하지만, 현장이 보존되어 있지 않다”면서 “시신과 부유물은 불태워졌고 흔적이 없다. 또 공동조사를 하려면 해군이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북한은 시신을 찾으면 돌려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공동조사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으로서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느낄 수 없는 통지문”이라며 이번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부의장은 “국민의힘이 너무 큰 것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의장은 “국제형사재판소는 이런 사건을 다루는 곳이 아니다”면서 “2002년 서해 교전 당시 야당이 같은 주장을 했지만, 북쪽이 사과하는 것으로 끝냈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정부가 공무원 실종 사실을 알고도 대통령에게 늦게 보고하고 대처하지 않았다”는 야당 지적에 대해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정 부의장은 “국방부가 첩보 하나만 가지고 일을 할 순 없다”면서 “기술적으로 국방부의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가 실종 사실을 숨기려고 그런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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