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법무부가 오는 28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법안을 예고한 가운데 허위조작정보, 이른바 가짜뉴스를 적용 대상에 포함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악의적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과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법무부는 앞서 23일 언론의 오보에 대한 고의·중과실이 인정될 경우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최근 가짜뉴스나 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따른 책임, 배상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25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성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우리 법에는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많은 형태의 특별법으로 제정돼 있고, 이를 전 분야에 확대하는 수준이기에 언론사가 영리 행위를 하는 이상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손지원 정보인권 전문가단체 ‘오픈넷’ 변호사는 “민사 손해배상제도의 대원칙은 피해자의 피해액만큼의 손해전보(손해배상, 손실보상)가 원칙인데 징벌적 손해배상은 더 나아가 처벌적인 속성을 띠는 것”이라며 “허위사실 보도가 억제돼야 하고 언론에 책임성을 부여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과연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한 수준의 반사회적 불법행위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중처벌금지' 헌법 정신 위배?

당사자인 언론사들은 ‘이중처벌금지’라는 헌법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기업 입장에선 정부 당국에서 과징금을 맞고 이후 수사당국에서 기소돼 형사처벌을 당한 뒤 동시에 민사소송에 의해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해야하는 ‘이·삼중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되는 미국의 경우, 언론보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형사처벌에 더해 이중처벌이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성순 변호사는 “공감하기 어렵다. 형식논리에 가까운 이야기”라며 "우리나라에서는 피해만큼 배상해야 한다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보니 많은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제도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달라지는 건 손해배상 액수 자체가 늘어나는 점"이라고 말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영미법계에 많이 활용되는 이유는 명예훼손이 비범죄화된 곳이 많고, 실질적으로 언론사의 명예훼손 행위 등에 타격을 줄 수 없어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확대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가짜뉴스 (CG) [연합뉴스TV 제공]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보도 범위는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에 광고성 기사, 받아쓰기 보도, 오보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무부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범위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김성순 변호사는 “언론피해에는 명예훼손 외에도 기사형 광고·광고성 기사로 인한 피해가 있다. 실제로 기사를 보고 투자했다가 광고라는 것이 드러나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며 “개정안은 언론사가 불법행위까지 나갔을 때 적용되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법 규정에 들어왔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며 “지금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언론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해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정시적 고통을 받은 자’는 손해배상 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오보가 포함되는지에 대해 손 변호사는 “중과실까지 포함했기에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일단 질러보자’ 수준의 뉴스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 법이 시행된다면 (허위사실을 포함한 타매체 보도를) 무분별하게 따라 쓰는 보도나 베껴 쓰는 보도의 경우 아주 위험해질 수 있다”며 “취재노력을 어느 정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오보와는 달리 중과실로 판단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과하게 해석될 우려 있어"

손지원 변호사는 “악의적인 것뿐 아니라 중과실이 포함돼 문제"라며 "영미법계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때는 악의성·의도성 등 반사회적 목적이 있을 때 이를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보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담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이 문제가 될 텐데, 가짜뉴스라는 걸 판단하는 데 있어 어떤 부분이 허위고 진실인지,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다루라는 것인지, 의견이나 평가를 적시한 것인지, 구분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특혜를 받았다’, ‘성폭력을 저질렀다’처럼 법 위반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일이나 ‘종북, 공산주의자, 친일파, 인종차별주의자’ 등 사실적시인지 의견평가인지 해석이 갈릴 경우, 가짜뉴스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5배 손해배상액 적정한가

최대 5배의 손해배상액이 적정한가에 대한 질문에 손지원 변호사는 “억제책이 미비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가짜뉴스로 수입이 발생하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경제적 타격을 줘서 가짜뉴스를 없앨 것이라는 생각에는 회의적이다. 물론 사익적 목적으로 검증 없이 자극적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짜뉴스는 주로 정치적 목적으로 생산 이용 소비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고 해서 가짜뉴스가 없지 않았다. 정치적 목적이나 독자들의 확증 편향이 있는 이상 가짜뉴스란 경제적 타격으로 상쇄될지 사실 모르겠다”고 했다.

김성순 변호사는 “실제로 언론사 상대로 소송을 하다 보면 작은 언론사, 큰 언론사 불문하고 정정·반론보도를 해주며 위자료를 안 내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지금 500~1000만 원 정도 나오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조차 부담스러워한다. 이 제도가 도입돼서 재판부에서 1.5배, 2배, 3배에 관한 얘기로 압박하기 시작하면 언론사나 기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손해배상제도 도입보다는 법원의 위자료 산정액수를 정상화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손해배상 액수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 건 법원이 위자료 산정에 인색했기 때문”이라며 “기존에 손해배상 법원의 위자료 산정액수를 확장하고 인색하지 않게 합리화하는 걸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언론중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10년간 청구액 평균은 2억이었다. 하지만 인용액 평균은 2000만 원으로 1/10 수준이다. 손 변호사는 “언론의 허위보도로 인해서 피해를 심각하게 입힌 사례에 대해 위자료 인용액을 합리화해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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