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가 24일 회의에서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차단하지 않겠다’는 기존 결정을 뒤집었다. 대다수 통신심의 위원들은 디지털교도소 운영진이 자율규제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으며, 사이트 전체 차단 외에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없다고 판단했다. 통신소위는 접속차단 이전에 운영자의 방어권을 보정하는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디지털교도소는 살인·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다. 통신소위는 14일 회의에서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전체차단 여부를 논의했지만, 불법 정보량이 자체 기준인 70%를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없음’을 결정했다. 방통심의위 자문기구인 통신자문특별위원회·권익보호특별위원회는 찬반 의견이 갈렸다.

(사진=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방통심의위는 ‘해당없음’ 결정 후 디지털교도소 운영진에게 불법성이 확인된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통신소위는 24일 재심의를 실시하고 사이트 전체차단을 결정했다. 강진숙·김재영·박상수·심영섭 위원이 사이트 전체차단, 이상로 위원이 해당없음 의견을 냈다.

이전 심의에서 '해당없음' 의견을 냈던 강진숙·심영섭 위원은 “운영진이 자율규제에 따르려는 의향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접속차단' 의견으로 돌아섰다. 심영섭 위원은 “운영진이 자율규제를 통해 불법 정보를 삭제하길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현재 운영진은 그럴 의향이 없어 보인다. 개별 게시물에 대한 차단은 실효성이 없어 불가피하게 사이트 전체를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진숙 위원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차단하는 건 과잉규제 우려가 있어 자율규제를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디지털교도소에 합리적인 자율규제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운영진은 방통심의위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디지털교도소의 검증 절차가 확고하지 않으면 무고한 사람의 신상정보가 공개돼 억울한 피해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재영 위원은 “최소규제원칙을 고수하면 실효성 있는 제재가 무력화되고, 방통심의위 책무를 방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교도소의 공익적 기능을 감안하더라도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되는 개연성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수 위원은 “현재 운영자는 사법부의 기능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무정부주의적인 방식은 인격권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 디지털교도소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70% 기준’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통신소위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진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의견진술은 운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절차다. 심영섭 위원은 “운영자가 참석할지 모르겠지만,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이기에 의견진술 기회를 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사무처는 “디지털교도소 개별 게시물을 차단할 때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의견진술을 듣게 되면 해당 기간 동안 사이트가 차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위원들은 ‘의견진술 없는 접속차단’에 동의했다.

이상로 위원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상로 위원은 “(사이트 전체차단을 지양해야 한다는)원칙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면서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여론은 흥분 상태이기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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