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재계와 경제지가 '공정경제3법' 입법 움직임에 대해 '기업 옥죄기', '기업규제3법'이라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한국경제 편집국장은 '시장경제를 부수는 좌파적 공산주의 이념의 진격'이라고 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재벌(Chaebol)' 기업집단의 부당이득을 막겠다는 취지의 '공정경제3법'이 "대중의 값싼 입맛을 추수하는" 포퓰리즘 정당의 '위험한 도박'이라는 것이다.

한국경제 편집국장은 매일 이메일을 통해 '한경 편집국장이 전하는 오늘의 뉴스'라는 제목의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다. 2015년 이학영 한국경제 편집국장이 국내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뉴스레터 발송을 하기 시작했다.

조일훈 한국경제 편집국장은 21일 뉴스레터 <김병준의 직격 "김종인, 무슨 철학 타령인가">에서 "처음에 보고를 받고 뭔가 착오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리 중도를 표방하는 분이라 할지라도 '기업규제 3법'에 찬성한다는 얘기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래서 기자에게 여러 차례 확인을 했더니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는 나의 소신'이라고 설명하더라는 거다. 이 부분에 대한 저의 비평은 지난 '뉴스레터'에 소개해드린 바 있으니 오늘은 생략하겠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 조일훈 편집국장 9월 18일자 뉴스레터

조 국장은 18일 뉴스레터 <김종인 경제민주화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경제민주화'를 "아주 나쁘다"고 총평했다. 또 경제민주화가 시장경제 시스템에서의 '기회의 평등'을 앗아간다고 봤다.

조 국장은 "불행하게도, 인류의 역사에는 경제적 분야에서 결과의 평등을 추종하는 여러 가지 움직임들이 있었다. 공산주의가 대표적"이라며 "비록 그 체제의 허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는 했지만, 결과의 평등을 지향했던 지적 유산들까지 모두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자본주의의 약점과 시장경제의 타락을 끊임없이 전파하면서 대중들을 좌파적 성향으로 포섭하려는 시도들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썼다.

조 국장은 "경제민주주의라는 구호는 이런 좌파적 시도들 중에 하나이다. 물론 추종자들을 싸잡아 좌파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살기가 고단한 사람들이 이런 구호에 눈길 주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경제민주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시장경제에 훨씬 더 위협적이다. 국가나 정부가 시장경제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침해하고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값싼 입맛을 추수하는 정치적 포퓰리즘과 결합하면 더욱 그렇다"고 썼다.

한국경제신문 9월 22일 1면 기사 갈무리

조 국장은 "예를 들어 기업지배구조 규제, 계열사간 거래에 대한 규제, 납품단가 인하 규제, 정년 연장, 의무 고용제 확대, 근로시간 단축, 노조 과보호 정책, 환경 규제 강화 등이 모두 광의의 경제민주화 논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의 틀 자체를 부수는 시도라는 점에서 공산주의 이념의 진격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고 규정했다.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서는 "소신은 존중하지만, 득표 확장성을 이유로 제1야당 대표가 이렇게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것은 결코 지지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공정경제3법'이 의결된 이후 한국경제 관련 사설 제목을 살펴보면 "'기업 때리기 3법' 강행하는 정부, 기어코 벼랑으로 내몰 건가"(8월 27일), "한국에서 기업하는 죄"(9월 2일), "'공공'이란 명분 뒤에 숨겨진 무리수들, 왜 이리 많나"(9월 7일), "'공정3법은 기업에 살인적 바이러스'라는 절박한 호소"(9월 12일), '상법·공정법 改惡' 가세한 김종인, 기업 위기는 안 보이나"(9월 16일), "국민의힘 의원 104명도 '反기업 3법'에 동의하는가"(9월 19일), "반대 거센 '기업규제 3법', 김종인 위원장 독단 안 된다"(9월 22일) 등이다.

한국경제신문 8월 27일 사설 <‘기업 때리기 3법’ 강행하는 정부, 기어코 벼랑으로 내몰 건가>

그러나 '공정경제3법'은 재벌총수일가의 부당이득 취득을 막겠다는 취지로 설명되고 있다. '공정경제3법'은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재벌 기업집단의 대표적 부당이득 사례로 꼽히는 '일감몰아주기' 감시 대상이 기존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된다. 담합 등의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은 폐지된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은 20%에서 30%로 상향된다.

상법이 개정되면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된다.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소액)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도입된다. 기존에는 선임된 이사 중 감사를 선임했다면 감사를 별도 절차로 뽑게 된다. 이 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대주주에 대한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은 금융지주가 아니면서도 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해 자본 적정성을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삼성·한화·미래에셋·현대차·교보·DB 등 6개 비지주 금융그룹이 해당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공정경제3법이 친기업적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친시장질서법"이라며 재계와 보수언론의 반대 주장을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재벌총수 일가가 평균 3%대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공정위 자료를 언급하면서 "다시 말해 96.4%의 다른 투자자들의 이해가 무시되고 있는 것이니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0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64곳 주식소유현황' 자료에 따르면 64개 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개 집단 내부지분율은 57.0%다. 이 중 총수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3.6%, 계열사 지분율은 50.7%다.

한편, 한국경제신문의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지분율 20.55%)다. 한국경제신문은 1980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기업들이 주주가 돼 창간했다. 현대차 외에도 삼성, LG, SK 등 190여개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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