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광고 매출 하락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친 지역지상파방송은 생존의 문제를 강조하며 어느때보다 강하게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생존에 대한 호소는 지역시청자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21일 한국방송학회 주관으로 열린 <뉴노멀-균형발전시대 지역방송의 역할> 세미나에서 지역방송 관계자를 중심으로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정부는 지역방송발전지원계획(1차 2015~2017년·2차 2018~2020년)에 따라 지역방송발전기금으로 매년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40억 원, ‘프로그램 제작지원’ 34억 원, ‘교육 및 인력양상’ 2억7천만 원(2020년 기준)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21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뉴노멀-균형발전시대 지역방송의 역할> 세미나 (사진=미디어스)

김영수 KNN 정책기획국장은 “지역방송발전지원계획이 성과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결국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며 “내부 종사자들은 협찬규제 완화, 지역분담금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고민해달라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방송학회 지역방송연구회장을 맡고있다.

또한 그는 방통위 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역 관련 예산, 행정안전부의 재난 관련 지역 예산 등 지역방송이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방송 예산이나 협의체 구성이 지자체 조례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방통위원으로 지역방송협의회 추천 인사 3명을 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지상파방송에 국한해 광고 금지 품목 규제를 완화하거나, 협찬규제와 관련해 지역방송 과태료를 줄이는 안도 제시했다.

고차원 지역방송협의회 대표는 지역방송 정부 예산 문제와 관련해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운용 문제를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기관인 아리랑TV, 언론중재위원회 등은 수백억 원대의 방발기금이 지원되는 한편, 지역방송 43개사에 지원되는 예산은 4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40여개 지역사에 지원되는 금액은 콘텐츠 제작비이지만 아리랑TV, 국제방송 등에 지원되는 금액은 인건비다. 이번 정부 예산안에서 아리랑TV, 국제방송에 대한 인건비 지원 100억 원이 빠졌다”며 “이번에 깎인 돈이 인건비 명목이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국악방송에 지역방송 43개에 편성된 40억 원의 예산보다 훨씬 많은 63억 원이 지원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학회 주관, 조승래의원실, 지역민영방송협회, 지역방송협의회 주최로 열린 <뉴노멀-균형발전시대 지역방송의 역할> 세미나 (사진=미디어스)

하지만 지역방송 내부 성찰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역방송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지역방송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는 방법을 찾는 게 최우선 실천과제”라고 말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지역방송이 스스로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과 가치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성을 공적 가치에 한정 짓지 말고, 산업성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방송이 구체적인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히고 지역에 미칠 수 있는 경제적 효과 등을 제시한다면 지역사회에 합의가 형성되고 규제 완화 등 제도개선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동찬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중에 획기적인 지역방송 활성화 방안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라며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지역분권 과제가 정부의 최대 과제로 닥치지 않는 이상 처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연 지역시청자의 불만을 대면하지 않고 여론의 무관심을 이대로 방치한 상태로 지역방송이 지속 가능할까란 질문의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연식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사 내부 반성이 필요하다”며 “가끔 토론에 참석하면서 지역방송사 근무자들의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경북대에 오기 전 부산에서 10년간 교수 생활을 했다. 당시 방송사에 시사프로그램 좀 만들자고 했지만, 기자가 20명이 넘는데도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더라"라며 "의자왕으로 살 게 아니라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토론회에 나와서 말하는 교수나 연구자들도 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류한호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민들의 참여를 높여 지역방송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어느 지역방송사에 토론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운영된 적이 있는데 많은 이들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방송을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대안들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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