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택배기사 4천여 명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오는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평균적으로 6~7시간 동안 걸리는 택배 분류작업은 무임금인 데다 택배기사의 업무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진경호 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18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하루 평균 6~7시간 정도 집화장에서 배달할 구역 물건을 골라내는 분류작업을 진행한다”며 “아침 7시에 출근해 분류작업이 끝나면 오후 1, 2시가 되고, 분류작업이 끝난 짐들은 차량에 적재하고 출발해 첫 배송이 3시 정도부터 시작되는 게 보편적인 관례”라고 말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배 회사 중 배달구역에 따라 물건을 분류·인계해 주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하루 노동시간의 절반이 걸리는 분류작업은 무임금으로 이뤄진다는 게 택배기사들의 주장이다. 택배사 측은 ‘배송수수료에 이미 분류작업에 대한 대가가 포함돼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진경호 부위원장은 “법조문 어디에도 분류작업이 택배기사들의 업무라고 규정한 조항이 없다. 심지어 택배사들하고 맺는 위수탁계약서에도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업무라고 명시적으로 기록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8년 전에 택배업이 처음 도입됐을 때는 물량이 많지 않았고, 시스템도 잘 갖춰지지 않았던 상태에서 기사들이 분류했었다. 이게 관행으로 이어지고 택배 물량이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금은 7시간이 투여되고 있어 법적으로 누구 업무인지를 명확히 구분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이 제정되려면 시간이 많아 소요되는데 올해 들어 7명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있었고 추석 명절 물량까지 늘어나면 옆에 있는 동료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돼 버린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논의는 없었냐는 질문에 진 부위원장은 “가장 핵심적이고 쟁점이 될 만한 사항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뺐다고 보고 있다. 4, 5년 전부터 택배 분류작업 공짜노동에 대한 사회적 울림과 반항이 있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택배연대노조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6월 발의한 생활물류법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생활물류법은 택배 퀵서비스 등 소형 화물운송업 종사자의 처우와 노동 환경 개선 방안이다. 전 부위원장은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생활물류법에는 택배 종사자들은 집합 배달만 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분류종사자는 별도로 명시돼 있어 이 법이 원안대로만 통과된다면 분류작업 굴레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분류업무 인력이 별도로 투입되면 택배비가 올라가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 “택배요금을 정상화하면 도리어 소비자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은 소비자들에게 평균 택배비로 2500원을 받는다. 국토교통부 추산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쇼핑몰이 택배사와 계약시 평균 계약금액이 1730원이다.

진 부위원장은 “770원이 쇼핑몰 백마진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 금액이 택배요금으로만 쓰인다면 택배비가 2200원, 2300원만 돼도 실질적 택배비는 평균 500원이 오른다”며 “소비자 부담은 줄어들고 500원은 20% 이상의 상승률이기에 택배기사들의 근무조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장치다. 그래서 택배요금을 정상적으로 하자는 요구를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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