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가 정의기억연대 마포쉼터 소장 사망 당시 자택 열쇠 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대 내부를 촬영하고 방송에 내보낸 YTN·TV조선·MBN에 법정제재 주의를 확정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언론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정면으로 넘어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6월 정의기억연대 마포 쉼터 소장 손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다수 언론사는 손 씨 자택을 촬영했다. 당시 경찰은 내부진입을 하기 위해 문 열쇠 구멍을 뚫었고, 기자들은 열쇠 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대 내부를 촬영했다. 대다수 기자들은 내부 촬영 영상을 보도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YTN·TV조선·MBN은 해당 장면을 방송에 내보냈다. 방송 시간은 YTN은 26초, MBN 16초, TV조선 8초다. TV조선은 관련 장면을 흐림처리했지만, YTN·MBN은 자택 내부를 여과 없이 방송했다.

열쇠 구멍을 통해 소장 자택 내부를 보여주는 YTN(위), 열쇠 구멍에 손짓하는 MBN 기자(아래). 블러처리, 붉은색 원은 미디어스 편집 (사진=YTN·MBN 보도 화면 갈무리)

방통심의위는 1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세 방송사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확정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이번 보도의 공익적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유가족이 보도를 봤을 때 느낄 섬뜩함을 생각해봐야 한다. 언론이 넘어서 안 될 선이 있는데, 이번 보도는 선을 정면으로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강진숙 위원은 “해당 방송사들은 고인의 사적 공간을 촬영했다”면서 “자살자 역시 살아있는 사람처럼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위원은 “정의연 자체가 사회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였던 건 맞다”면서 “그러나 열쇠 구멍을 통해 집 안을 보여주는 파파라치까지 용인할 수 없다. 선정주의 보도였다”고 밝혔다.

박상수·이상로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다. 이상로 위원은 “제작기법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법정제재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고, 박상수 위원은 “휴일이었고, 기자들이 자살 관련 심의 규정을 몰라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이용수 인권운동가 기자회견 배후설’을 주장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김어준 씨는 5월 26일 방송에서 “(이용수) 할머니에게 자신들 입장이 반영된 왜곡된 정보를 준 사람이 누군가 있을 수 있다.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용수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소영 위원은 “의혹 제기는 언론의 자유지만, 단정하려면 사실확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은 “진행자는 자신의 추정을 근거로 결론을 내렸다”면서 “여론 왜곡일 수 있으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명예훼손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4기 방통심의위에서 받은 법정제재는 6건에 이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