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경찰이 강압 수사 정황이 담긴 영상을 KBS에 제보한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과 관련해 당사자인 최정규 변호사는 “공익제보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시민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처벌을 각오하고 제보를 할 수 있는가”라면서 “공익제보·신고를 고민하는 시민들을 위해 무죄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실화범으로 지목된 A 씨 변호인이다. 최 변호사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사관 강압 수사 정황이 담긴 영상을 입수했다. 수사관은 해당 영상에서 반복적으로 ‘거짓말하지 마라’며 A 씨에게 자백을 강요했다. 최 변호사는 이를 지난해 5월 KBS에 제보했고, KBS는 <[탐사K] 윽박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보도에서 수사관의 뒷모습과 목소리를 편집 없이 방송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사관이 A 씨에게 진술 강요 등 인권 침해를 했다고 판단해 권고 조치를 내렸다.

9월 8일 kbs <강압수사 영상 제보했더니…경찰이 기소 의견 송치> 보도화면 갈무리

보도가 나간 후 수사관은 최정규 변호사와 KBS 기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일 최 변호를 기소 의견으로, KBS 기자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최 변호사가 수사관 동의 없이 언론사에 해당 영상을 제공한 것을 기소 의견 송치 이유로 들었다. 참여연대는 10일 성명에서 “경찰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정규 변호사는 1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공익제보 자체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해당 영상은 변호사가 몰래 찍은 게 아니라, 경찰 스스로 ‘인권탄압 안 한다’며 직접 찍은 것”이라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걸 각오하고 어떤 시민이 제보할 수 있는가. 언론보도는 어떻게 될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수사관의 자백 강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수사관은 본인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 씨에게 ‘거짓말하지 마라’라는 말을 123회 반복했다”면서 “객관적 증거에 반하거나 모순되는 진술을 할 때 ‘거짓말하지 마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국가인권위는 정상적인 신문 과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수사관은 본인이 (권리)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나만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제보자가 언론사에 제보할 때 (처벌을 피하려고 영상에) 모자이크·음성변조를 한다면 언론사가 제보자를 신뢰하겠는가. 현재 공익제보·신고를 고민하는 시민들이 있는데, 이분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무죄를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정규 변호사는 폭행·폭언으로 고 김홍영 검사를 숨지게 한 김대현 전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 변호사는 김홍영 검사 유족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검찰은 김대현 전 부장검사를 해임 처분하면서 형사처벌을 하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정규 변호사는 “검찰이 감찰 조사를 열심히 했는데, 이번 사건을 형사로 넘기지 않았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너무 수사가 늦어졌다. 유족들이 이런 문제에 나서야 한다는 게 애통하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의 끝장 판인데, 그냥 묵인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검찰이 시민위원회 의견을 청취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도 이번 사건에 관심을 두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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