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코로나19 방역조치 일환으로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 작성하는 수기 출입명부에 앞으로는 휴대전화 번호만 기재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확진자 이동경로 정보공개에서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해야하고, 일정 기간 후 삭제토록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권고 지침을 의무화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처리되는 개인정보 관리실태를 점검하고 11일 '코로나19 개인정보보호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다중이용시설에 비치된 수기 출입명부, 확진자 이동경로 등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개보위 대책에 따르면 수기 출입명부는 휴대전화번호만 기재하도록 했다. 주소지도 시·군·구까지만 기재하도록 할 방침이다. 개보위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에는 수기명부 작성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수기명부 비치·관리 세칙에 따르면 명부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볼 수 없게 관리해야 하고, 잠금장치가 있는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또 4주 후에는 파쇄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개인정보 유출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이러한 세칙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매장이 드문데다 전국 매장을 정부가 관리·감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상당 수 매장이 입구 등에 비치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QR코드를 통한 전자출입명부의 경우, 노출 우려가 없고 4주 후 자동폐기되는 장점이 있지만 매장이 추가로 코드인식 단말기를 설치할 여력이 없거나, QR코드 사용에 미숙한 국민들도 많아 한계가 있다. 개인정보 매장 제공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명부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돼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이 오는 피해사례가 올라오기도 했다.

또 개보위는 코로나19 확진자 이동경로 정보공개 시 개인식별정보 비공개와 14일 삭제 시기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중대본 권고지침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보위가 지난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전국 243개 자치단체의 홈페이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일부 지자체가 중대본 권고 지침과 달리 확진자 이동경로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성별·연령·거주지 등을 포함해 공개한 사례가 349건, 삭제시기를 준수하지 않은 사례 86건 등이 확인됐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개인정보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삭제돼도 SNS 등을 통해 확진자 개인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보위, 한국인터넷진흥원, 지자체 인터넷방역단 등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이 같은 사례 5053건을 확인, 4555건을 삭제조치한 상태다. 지난 3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성명을 내어 정부·지자체 확진자 동선 공개가 과도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개인 사생활이 원치 않게 공개돼 인권 침해 사례는 물론, 확진자가 비난·조롱·혐오의 대상이 되는 2차피해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진보넷 등 시민사회는 정부가 감염병 대응을 명목으로 이태원 기지국 접속정보를 동의없이 1만여 건 수집·처리한 데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윤종인 개보위원장은 "방역과정에서 꼭 필요한 개인정보만 처리되고, 국민들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겠다"며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보다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QR코드기반 전자출입명부 이용 확대 등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범정부적 대응에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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