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이 아들 서모 씨 군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내부고발자와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형사고발했다. 추 장관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내부고발자를 적극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9일 서 씨 법률대리인 현근택 변호사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부대배치 부정청탁 의혹을 제보한 이 모 예비역(전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과 이를 보도한 SBS를 경찰에 고소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의 법률 대리인인 현근택 변호사가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자와의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제보자는 추 장관 아들 서 씨를 용산 미군기지로 옮겨달라는 청탁이 있었고, 자신은 규정대로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보자는 추 장관 남편과 시어머니를 앉혀놓고 40분 간 청탁하지 말라는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서 씨측 현 변호사는 컴퓨터 난수 추첨으로 부대와 보직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 개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서 씨 가족 누구도 부대 관계자와 만나지 않았는데 부대 배치 청탁을 운운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현 변호사는 제보자의 '40분 간 교육' 주장에 대해 다른 장병 가족들까지 전부 모인 자리에서 이뤄진 교육이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 변호사는 "90세가 넘은 할머니가 청탁을 하여 이를 말리기 위해 40분간 교육했다라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은 주요 언론 대부분이 보도했다. 언론사 중 SBS만 고소한 이유에 대해 현 변호사는 "마치 그 녹취 내용을 청탁을 한 근거처럼 보도했다. 보도내용이 잘못됐다고 저는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SBS는 9일 '8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SBS는 "그제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A 전 대령의 녹취파일을 보도했다. 이튿날 서 씨 변호인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자 이 역시 보도했다"며 "현직 장관 아들에 관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에서 제1야당 의원이 당시 부대 지휘관의 발언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것이었고 그제와 어제, 주요 언론사 대부분이 녹취파일 내용을 보도했지만 서 씨 측은 SBS만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저희는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앞으로도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을 계속 취재해서 여러분께 전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SBS '8뉴스' 9월 9일 <'청탁 의혹' 장교 · SBS 고발…"부끄러움 없다면 모두를"> 보도화면

추 장관 측의 고발에 대해 언론에서는 제보자에 대한 권력자의 소송 제기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9일 기사 <3년 전 '내부고발 보호하자'더니… 제보자 입 틀어막는 추미애>에서 "권력자가 소송 제도를 활용해 제보자의 입을 틀어막는다면 사회적 약자인 일반 시민들은 마음 놓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다"며 "더구나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공익제보자의 비판을 수사에 부친다면 수사 결과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많다"고 했다.

근래 유사 사례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한겨레 고소를 꼽을 수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한겨레 <[단독]“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 보도에 대해 한겨레와 보도에 관여한 성명불상자를 고소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금태섭·김종민·정성호 의원, 박지원 무소속 의원 등은 윤 총장에게 검찰총장이 고소인이 되는 사건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언론에 대한 고소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등을 질의하며 윤 총장을 비판했다. 언론시민사회도 '셀프 수사'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 중 하나가 확인 없이 기사를 1면에 게재했기 때문에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이라는 기관에 대한 문제"라며 한겨레가 공식 사과한다면 고소유지 여부를 재고해보겠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윤 총장의 한겨레 고소가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5월 한겨레는 해당 보도를 사과했고 윤 총장은 고소를 취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9년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한겨레신문 고소로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 조윤영 기자는 11일 <[현장에서]법무장관 쪽의 언론사 고발이 문제인 이유>에서 "추 장관 쪽은 보도 내용이 허위 사실인데다 기사 제목 등이 악의적·의도적이어서 형사적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재갈 물리기'는 아니라고 해명했다"며 "하지만 고위공직자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발 등 법적 강경 대응에 나선다면 비위 감시라는 공익적 목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기자는 "소송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국민의 의사 표현 등을 제한하는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더욱이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고발할 경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불필요한 오해나 의심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점 중 하나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피해구제 절차를 생략하고 민·형사상 소송을 곧바로 제기한다는 점이다. 언론중재위를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양측 주장이 다퉈질 수 있고, 조정 성립시 정정·반론보도 등 반론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한편, 추 장관은 2017년 2월 민주당 대표 시절 "내부 고발자는 스스로 큰 결심과 용기를 필요로 하고, 고발 이후엔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 게 현실"이라며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2017년 11월 이른바 '입막음 소송 방지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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