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고등법원이 ‘청부심의’ 파문을 일으킨 김 모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장 해고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1일 선고에서 “단순히 상급자의 지시에 따랐거나 관행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잘못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청부심의 지시자가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방통심의위는 청부심의 지시자를 찾기 위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2년이 넘도록 고소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김 팀장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전 위원장·부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대리 민원을 신청했다. 김 팀장은 일반인 명의를 빌려 46건의 방송 민원을 신청했으며, 방통심의위는 법정제재 19건·행정지도 14건을 결정했다. 김 팀장이 신청한 민원은 KBS 광복 70주년 특집 <뿌리 깊은 미래>, JTBC 괌 배치 사드 관련 외신 보도 오역 등 정치적 내용을 담은 방송이었다. 4기 방통심의위는 청부심의 사실을 확인한 후 김 팀장을 해고했다.

(사진=미디어스)

이후 김 팀장은 방통심의위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서울행정법원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김 팀장은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1일 “해고는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청부심의가 김 팀장 독단행동이 아니며, 지시자가 있다고 인정했다.

김 팀장은 재판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청부심의를 행했다”면서 “지방 발령 등 인사상 불이익이 이루어질까 두려웠다. 직원 민원 제기는 관행적 현상이고 방송심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청부 민원 제기) 관행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설령 관행이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방송심의기획팀장 직책을 수행하면서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단순히 상급자의 지시에 따랐다거나 관행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잘못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달 4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 1심·2심 모두 김 팀장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한 상태에서 판결을 뒤집을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대법원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청부심의 몸통은 2년이 넘도록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2018년 3월 청부심의 사건이 중대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전 김 팀장을 고소하고, 김 팀장이 청부심의 지시자로 지목한 2기 권혁부 부위원장·3기 박효종 위원장 김성묵 부위원장을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2년이 넘도록 고소인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팀장과 법원이 '청부심의 상부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한 상태에서 검찰 수사가 지연되자 방통심의위 내부에선 “답답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기 방통심의위가 출범과 동시에 검찰 수사의뢰를 했지만, 임기가 끝나가는 때까지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검찰이 부당해고 구체신청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검찰 고소·수사의뢰 진행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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