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김대중 전 고문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좌클릭·중도포용은 자충수"라며 '좌파 흉내'를 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극우세력과 선을 긋고 탈이념·실용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힘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사실상 과거 보수정당 체제로 돌아가라는 '우클릭' 주문을 반복하고 있다.

김 전 고문은 8일 칼럼 <'국민의 힘' 혼자서 이길 수 있을까>에서 "착각은 자유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지각 변동은 '국민의힘'이 잘해서 또는 비상 지도부가 잘나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야당의 수치가 약간 올라간 것은 상대적인 것일 뿐, 국민의 마음이 야당으로 돌아섰음을 의미하는 어떤 징후도 발견한 것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9월 8일 <[金大中 칼럼] '국민의 힘' 혼자서 이길 수 있을까>

김 전 고문은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조금씩 좌(左) 클릭해왔다. 스스로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기본소득 도입, 재정 역할 확대, 사회 안정망을 통한 시장경제 보완, 재난지원금 찬성, '약자와의 동행' 등을 제기해왔다"며 "문제는 이런 '변화'가 김 위원장의 원맨쇼에 가깝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가 좌 클릭한다고 해서 좌파를 이길 수 없다. 오히려 좌파를 이념적으로 도와줄 뿐"이라며 "좌파가 득세하고 있는 지금 보수·우파 정당은 '중도 포용' 운운하며 좌파 흉내를 내고 있다"고 했다.

시대정신의 변화에 대해서도 김 전 고문은 "국민적 선택과 시대적 흐름이 좌 성향일 때가 있고 그 흐름이 보수·우파로 이동할 때도 있다. 그것이 세계 정치 순환의 역사고 인류사의 흐름"이라며 "국민의 의식이 집단보다 개인의 안녕과 행복에 중점을 두는 시대적 상황이라고 해서 보수의 가치를 접는 것이라면 그런 보수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강변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에 사실상 황교안 대표 시절 통합당·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지난달 28일 칼럼에서 "통합당이 재빠르게 분위기에 올라타 광화문 집회를 '극우'와 '썩은 피'로 공격"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에 화난 이런 민심의 분출을 '극우'로 몰아도 되나"라고 했다. 그는 "우파 정당의 위기는 끝까지 싸워서라도 지켜야 할 가치를 잃어버린 데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집회 참가자들은 현 정권보다 등 뒤에서 '극우'라고 칼을 꽂은 통합당에 더 배신감을 가졌을 게 틀림없다"고 썼다. 이보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7월 부동산 관련 입법 처리과정에서 통합당이 '야성'(野性)을 포기했다며 장외투쟁, 의원직총사퇴 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김 전 고문의 최근 칼럼에서도 이 같은 주장은 반복된다. 김 전 고문은 지난 7월 7일 칼럼 <지금의 통합당으로는 文 정권을 이길 수 없다>에서 "야당만이 유일한 견제 장치고 대안이다. 하지만 통합당은 총선에서 크게 따귀를 맞더니 국회에 들어가서도 힘없이 널브러져 있다"며 "겨우 한다는 것이 국회에 들어가서 '특감'이니 '탄핵'놀이를 하겠단다"고 했다.

김 전 고문은 "결론은 통합당을 해체하고 새로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좌파 흉내나 내는 지휘부에 구태에 찌든 몇 고참과, 그들에게서 '고개 숙이고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몇 신진들 가지고는 '이 무서운 확신주의자' 정권을 몰아낼 수 없다. 국회의원 총사퇴와 당의 해산 등 어렵고 힘든 과정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통합당으로는 보수의 재집권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5월 5일 칼럼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주시하며>에서는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당의 정체성을 잃으면 그것은 정당의 사망과도 같다"며 "2020 이후의 야권은 결국 새로운 야당의 출현으로 면모를 일신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칼럼에서 그는 '새로운 야당'의 모습으로 '조갑제 닷컴' 등이 주장한 통합당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독자 노선론에 대해 "대단히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치켜 세웠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20대 국회에서 스무차례가 넘는 보이콧과 장외투쟁으로 총선참패를 경험한 바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극우세력의 8·15광화문 집회 직전까지 국민의힘은 적극적인 원내 투쟁, 새 정강정책 발표, 광주 5·18 민주묘지 '무릎사과' 등의 행보를 보여 민주당 지지율을 역전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4년만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세 이어감에도 불구하고 통합당 지지율은 지지부진했다.

과거 황교안 대표 체제의 통합당이 전광훈 목사 등 극우세력과 함께해 온 전력 때문에 광화문 집회에 대한 책임이 국민의힘으로 쏠렸지만, 국민의힘이 뒤늦게 선을 긋기 시작하면서 지지율은 다시 추락했다. "어떤 징후도 발견한 것이 없다"는 김 전 고문의 분석과는 사뭇 다른 일련의 현상이다. 대다수 언론에서 국민의힘에 "뼛속까지 바꿔라"라고 주문하는 배경이다.

한편,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8·15 광화문집회 참가자 징계 등 극우세력과의 단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민 모두를 아울러야 하는 과제가 있다.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우리당에 흡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이 "억울하다"며 뒤늦게 극우세력과 선을 긋기 시작한 것과는 또다른 답변이다.

그러면서도 김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우리당은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당, 약자와 함께 하지 못하고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당,이념에 매몰된 정당, 계파로 나눠 싸우는 정당으로 인식되어 왔다"며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과 함께 변화를 선도하겠다. 약자와 동행하는 정당, 국민통합에 앞장서는 정당, 누구나 함께 하는 정당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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