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인사청문회를 다시 하는 느낌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은 병가 연장 논란으로 시작해 군 생활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보수야당은 애초 이 문제를 인사청문회에서 끄집어 냈고 검찰 고발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지만 그동안은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 이런 저런 주변적인 의혹을 던졌을 뿐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사태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세가 오른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제2의 조국사태’로 만들겠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추미애 장관은 관련 의혹을 부정하며 검찰의 빠른 수사와 결론을 요구해왔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검찰개혁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해 국회에서 이 문제를 반복 언급하면서 수사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대응이었다. 이렇게 되자 검찰 수사의 대상자인 군 관계자들이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기 방어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녹취록’ 형태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진술이 “청탁을 받았지만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건 이런 이유로 보인다. 청탁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본인의 위법 행위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신원식 의원이 처음 공개한 군 관계자의 진술은 다소 모호하다. 병가 연장이 가능한지 여부를 당시 추미애 의원 보좌관이 문의를 해왔다는 것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 답변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들었다는 내용이다. 추미애 장관은 국회에서 보좌관에게 사적 업무를 지시한 사실을 부인했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조서에 보좌관의 전화 관련 진술 내용이 없다는 점을 들어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조서는 일반적으로 조사 대상자가 동의한 내용만을 기록하게 돼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병가 연장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군 내부의 행정처리가 완전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까지라면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어려운 문제 같다.

그러나 추가 제기된 의혹들을 보면 이런 판단을 바꿀 수밖에 없다. 추미애 장관 아들을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통역병으로 선발해달라는 청탁이 있어 선발 방식을 ‘제비뽑기’로 바꿔야 했고, 자대를 의정부에서 용산으로 바꿔달라는 청탁이 있었으나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추미애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았던 시절 국회에 파견됐던 국방부 국회연락단과 국방부 장관실 관계자들이라는 청탁의 주요 경로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제기된 의혹들을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청탁 내용이 관철되지 않았거나, 관계자들끼리의 진술이 다르거나, 심지어 같은 사람이 신원식 의원실과 TV조선 등 언론에 다른 주장을 하는 등 완결성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의혹들을 하나로 모아 놓고 보면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생활은 결코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 보좌관의 민원 또는 문의나 청탁의 결과적 실패도 의심되는 사례가 한두 개라야 사실관계를 다퉈보자고 할 수 있는 거다. 군역의 의무를 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간단한 수사’라고 하지만 검찰은 8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올 초까지 서울동부지검장을 맡았다 몇 개월 만에 법무부 차관으로 승진한 사례를 두고 수사를 뭉갠 보은인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이 추미애 장관 아들 수사만 담당하는 것도 아니고, 사건을 뭉개기 위해선 오히려 통제하기 쉬운 사람을 그 자리에 계속 앉혀놓는 게 타당하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 제기의 근거는 부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추미애 장관이 주도한 검찰 인사에 정권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가 실려있다는 의심이 있고, 특히 SNS에서 여러 주장으로 물의를 일으켜 온 진혜원 검사를 서울동부지검으로 발령낸 바도 있기 때문에 서울동부지검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임검사의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특임검사는 지금까지 검찰 내부의 비위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지명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이 ‘조서 누락’을 문제삼는 것은 특임검사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이는데, 이걸 검사 비위로 보기에는 근거가 충분치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사건을 국회의 합의를 통해 특별검사를 도입할 정도의 중대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도 무리다. 따라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인 방식으로 수사팀 등을 구성해 수사를 맡기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선 추미애 장관이 ‘보고를 받지 않는 것’을 넘는 결단을 적극적으로 내려야 한다.

추미애 장관 이후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 없이는 임의의 수사 관련 조직을 구성할 수 없게 됐다. 당시의 결정은 ‘윤석열 사단’ 등을 떨어뜨려 놓는 등의 인사를 검찰총장이 수사단 구성 등을 통해 무력화시키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서울남부지검에 증권범죄합수단 폐지의 경우 조국 전 장관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과 관련해 권력의 불순한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물론 증권범죄합수단 폐지에 명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는 게 검찰개혁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거니와 ‘서초동 브로커’들과의 유착에 대한 문제제기나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의 주요 경로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권이 개혁을 핑계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정치만 반복해온 탓에 이런 명분의 정당성은 상당부분 빛이 바랬다. 추미애 장관은 이번에도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했다는데, 그게 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표명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면 본인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실질적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답 없는 논쟁이 국민적 피로감을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수사 결과 외압이나 청탁의 실체가 확인되면 여당에서 개혁을 거부하는 검찰의 장난(?)이라며 ‘법원의 시간’을 기다리자는 주장이 또 나올 것이고, 의혹에 실체가 없다는 결론이면 반대편에서 ’애완 검사’를 믿을 수 없으니 특검 등 다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말이 다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신물이 나올 지경이다. 검찰은 이런 논란의 여지가 없는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하고 정치권도 논란을 위한 논란을 키우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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