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언론중재위원회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 2차 가해를 우려하면서 되레 2차 피해를 유발한 언론사들에게 시정권고를 결정했다. 조선닷컴, 한국경제, 국민일보, 뉴데일리, 인사이트 등 언론사들이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누리꾼을 비판하면서 관련 게시글을 기사에 게재해 신상 정보 확산을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7월 10일 <"성추행 고소한 朴시장 비서 찾아라" 신상털기로 2차 가해 우려> 기사에서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누리꾼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일부 지지자들이 박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직 서울시 직원에 대한 ‘색출 작업’에 나섰다”면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밝혔다. 2차 가해를 우려하던 조선일보는 피해자 신상 정보가 담긴 게시글을 흐림처리 없이 게재하고, 네티즌의 악성 댓글을 소개했다. 인터넷 한국경제, 인터넷 국민일보, 노컷뉴스, 뉴데일리, 인사이트 등 언론사도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사진=미디어스)

이에 대해 언론중재위 시정권고소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열린 8차 회의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시정권고를 결정했다. 언론중재위는 해당 보도가 보도 윤리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시정권고 심의기준은 “언론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현저히 침해하는 보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중재위 관계자는 “피해자 신상이 담긴 온라인 게시글을 캡쳐해 기사에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하게 피해자의 신원에 주목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7월 13일 <"류호정 고소할까" "여기자협회 OO" 與지지자들 막장 막말> 기사에서 한국여기자협회를 비난하는 누리꾼 반응을 전했다. 당시 한국여기자협회는 박 전 시장 성추행 혐의를 거론했고,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은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 글을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해당 게시글을 여과 없이 게재했고, 시정권고소위원회는 ‘보도 윤리를 위반했다’며 시정권고를 결정했다.

인터넷 여성신문은 7월 10일 <“박원순 고소인 찾아내자” 신상 터는 남성들 2차 가해 심각> 기사를 작성해 시정권고를 받았다. 언론중재위는 신상을 터는 이의 성별이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신문이 ‘신성터는 남성들’이라는 성적 편견 조장 표현을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박원순 전 시장 아들 얼굴을 노출한 뉴시스·동아닷컴·아이뉴스24·뉴데일리 등 언론사는 ‘사생활 보호’ 조항 위반으로 시정권고를 받았다. 언론중재위 관계자는 “해당 기사들은 박 전 시장 아들 얼굴을 과도하게 클로즈업했다”면서 “박 전 시장 사망 사건이 공적인 관심 사안이었다 해도, 사인인 아들의 얼굴을 과도하게 노출한 것은 초상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병원 광고성 기사를 작성한 의료 전문 매체들 (사진=네이버 뉴스화면 갈무리)

한편 언론중재위는 특정 병원에 대한 광고성 기사를 작성한 데일리메디·라포르시안·메디팜헬스·엠디포스트·의계신문·doctor W·청년의사·코메디닷컴·헬스오·헬스포커스뉴스 등 의료전문 매체, 프레시안·동아일보·부산일보·쿠키뉴스 등 일반 매체에 대해 무더기 시정권고를 내렸다. 이들은 기사에서 병원 위치·특장점·의사 소개 등을 상세히 기술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신문·방송·잡지 기사를 이용한 광고는 금지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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