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보수단체들이 다음달 3일 개천절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 주요 언론에서는 "제정신인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의 '정치방역' 음모론을 사회 '일각'의 주장으로 이어갔다.

자유연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우리공화당 산하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 등 극우단체들은 개천절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4만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지난 4일 신고했다. 이들은 집회 관련 포스터에 '휴대폰 OFF' 문구를 명시했다. 집회 주최측이 기지국 접속기록(위치정보)을 통한 방역당국의 동선 추적을 피할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경찰은 서울시 '10인 이상 집회 금지' 조치에 따라 이 집회 신고를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8·15 광화문 집회'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들 보수단체는 법원에 집회금지 처분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10월 3일 개천절 보수단체 집회 포스터

7일 주요 언론들은 극우단체의 '휴대폰 OFF' 개천절 집회 예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개천절 대형 집회 추진 극우 단체, 제정신인가>에서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가 도화선이 돼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한 것을 보고도 또다시 대형 집회를 추진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또다시 감염병 확산 우려가 큰 집회를 예고한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철저히 무시하는 반사회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개천절 또 수만명 집회 신고, 극우단체 제정신인가>에서 "전 국민이 일상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방역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이때,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동체의 안전을 내팽기치는 극우 단체들의 집회 추진은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행동"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사설 <개천절 집회 취소하고, 추석도 '언택트' 불가피>에서 "시민들이 생업과 추석 귀성길도 포기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표출하기 위해 집회를 여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짓"이라며 "참가자뿐 아니라 온 나라를 태우게 되는 위험한 행동을 자제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는 이들 극우단체가 집회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낸다면 법원이 막아야 한다고 했다. 앞서 법원이 '8·15 광화문 집회'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이전까지 옥외집회 감염사례가 없었고, 집회 주최측이 질서를 유지할 능력이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었지만 두 전제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6일 기준 '8·15 광화문 집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527명,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1162명이다.

9월 7일 주요 종합일간지 지면 갈무리

경향신문 차준철 논설위원은 '여적' 코너에서 "연휴기간 개천절 집회에 나가려는 이들은 코로나19를 막고자 명절도 포기하는 부모와 자식들의 애끓는 심정을 눈곱만큼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판치는 '방역 불신'… 얼마나 더 죽어야 따르겠습니까> 기사를 통해 호주·영국·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의 방역 반대 시위상황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극우파와 음모론자들이 주축이 된 시위들이 감염증 재확산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최근 몇년 새 목소리를 키워온 극우파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국가기구에 대한 공격 기회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자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코로나19 봉쇄와 마스크 착용 등에 항의, '보건을 빙자한 독재', '백신 음모론', '기후변화 조작론'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을 '문재인 정권에 화난 장대비 속의 민심'으로 표현했던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과의 인터뷰에서 극우단체의 '정치방역' 주장 등을 질문으로 옮겼다.

최 선임기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등의 방역조치에 대해 "코로나 발생 후 지금까지 8개월 동안 국내 코로나 사망자는 400명 안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독감으로 심할 때는 5000명쯤 죽는다"며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사람 이동과 차량 운행을 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계를 보면 외환 위기나 금융위기 같은 시기에 자살자가 그 전에 비해 2000명 이상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지금처럼 꽁꽁 싸매는 방역 조치로 이런 일이 안 벌어진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 전 본부장은 "독감은 백신과 치료제가 있지만, 코로나는 마스크 쓰기 등 비약물적 수단이 현재로는 전부다. 각자가 생활 습관을 바꾸고 비접촉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면서 "코로나는 남에게 전파돼 죽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조치가 심하지 않다. 자칫 철저한 방역이 필요 없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면 안 된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9월 7일 <[최보식이 만난 사람] _집단면역 이뤄져야 코로나는 종식… 어느 나라가 최종 勝者 될까>

이어 최 선임기자는 "현 정권은 8·15 광화문 집회를 코로나 재확산의 주범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날짜별 확진자 비율 발생 통계를 분석해보면 그렇지 않았다"며 "미국에서는 5월 말부터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나 이 때문에 코로나가 확산됐다는 말은 없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에게 하듯이 해운대 피서객 인파를 검사하면 확진자가 쏟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전 본부장은 "7월 말에 종교 소모임을 풀고 휴가철에 느슨해진 것이 겹쳐 코로나 재확산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의 집단 발병 숫자는 매우 많다"면서 "신속한 검사는 절대 원칙과도 같은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무증상 환자 분포를 알기 위해 항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최 선임기자는 "일각에서는 어떤 타이밍에 확진자를 늘려 통제하는 등 '정치 방역'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한다"면서 "지금의 방역 조치는 헌법에 보장된 개인 기본권을 너무 쉽게 훼손하고 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고 질문했다.

'정치 방역' 주장에 대해 이 전 본부장은 "방역 당국이 사람 목숨을 갖고 그렇게 하겠나. 감염자 신고가 들어와서 역학조사를 하니 마치 포도송이처럼 집단 발생이 계속 나타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이 기본권을 훼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감염병 전파는 종교·정치를 구별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감염병 예방법에 근거한 조치를 말씀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선임 기자는 "이번에 그를 또 불러낸 것은 사회 일각에 퍼져 있으나 공개적으로 제기되지 않은 질문을 대신하기 위해서"라며 "코로나 상황은 향후 짧아도 1년 이상 갈 것이다. 사회적으로 혹은 전문가들 사이에설도 이런 논의가 시작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 선임기자는 지난달 28일 칼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파 정당의 비겁함>에서 정부의 교회 소모임 금지 해제, 여행쿠폰 발행, 임시공휴일 지정 등을 언급하며 정부책임론을 부각, "그런 정권이 광복절 집회 직전에 코로나 확산 우려를 내세우니 설득력이 없었다. 정권 반대 집회를 차단하려는 술책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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