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 결정을 ‘불공정’하다고 비판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김수민 평론가는 “적을 만들지 않으면서 자신의 특기 분야를 내세웠다”며 차기 대통령 선거를 향한 전략의 하나로 봤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6일 새벽 3시 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2차 선별지급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썼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두 편의 글. 왼쪽 사진은 새벽 3시,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오후에 올라왔다. (사진출처=페이스북 '이재명')

김수민 평론가는 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해당 글에 대해 “선별지급을 불공정으로 보는 내용”이라며 “새벽 포스팅 이후 오전 10시에 방송된 종편 대담방송에 등장한 이 지사의 발언이나 오후 SNS에 올린 포스팅을 보면 일부러 강하게 지르고 수습에 나선 것인지 새벽에 올린 포스팅이 돌출적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불길이 번졌기에 당분간 잠잠해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새벽 포스팅 이후 논란이 일자 당일 오후, “저 역시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정부 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다. 이는 변함없는 저의 충정”이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김 평론가는 “이 지사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시기가 된 것 같다”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김 평론가는 “보통 비판하면 ‘내부 총질이냐’는 역공을 받게 되지만 올해 총선에서 제 1야당이 몰락한 상태이고, 지금처럼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높지 않을 때는 거리가 있는 비판적인 여권 내 주자가 뜬다”며 “가장 중요한 건 민주당 지도부가 막 구성된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가 때린다고 해서 지도부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계산에서”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문재인 대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 대 이낙연, 이재명 대 당정청의 대결구조로 비춰지는 측면이 있어 대통령 공격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가 재난지원금 이슈를 건드린 이유에 대해 김 평론가는 “최근 이 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적을 줄이자’ 전략이 눈에 띈다”며 “재난지원금을 일괄지급한다고 해서 특정 세력이 적이 되는 건 아니다. 적을 만들지 않으면서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의제”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재난지원금 1차 지급 당시에도 이 지사는 일관되게 일괄지급을 주장해왔고 앞서 기본소득을 주장해왔다”고 덧붙였다.

김 평론가는 이 지사의 페이스북 글로 인해 이 지사가 입을 손실은 없다고 봤다. 민주당 지지층 중 ‘재난지원금 일괄지급론자’들이 많은 데다, 대선에서는 일반 국민이나 비당원 지지층 의견도 굉장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면에서 정치적 손실이 없다는 해석이다.

다만, 논쟁 중에 등장한 이 지사의 어법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미래통합당의 갈등유발책략’(8월 26일 CBS'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의 경우, 선별지급을 찬성하는 측에서 ‘나는 미래통합당인가’라는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별지급 대 보편지급’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보편복지는 좌파’라는 보수세력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이낙연 민주당 당대표는 차별성이라는 과제가 남게 됐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 대표가 야당과 원활한 대화를 토대로 빠르게 재난지원금 선별지급 결정을 내렸다는 공헌은 이득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도 “다만 앞으로 보여야 할 것은 ‘이재명은 두드러졌는데 이낙연의 차별성은?’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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