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이 피감기관이었던 LG그룹 비상임 자문으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해 그가 활동했던 언론시민단체에서 규탄 입장이 나왔다. '이해충돌금지' 원칙 위배으로 공직자윤리에 명백히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정의당도 이르면 4일 관련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3일 '추혜선 전 의원의 LG행,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제하의 논평을 내어 "불과 100여일 전까지 자신이 속했던 상임위의 유관기업에 취업한 것이다. 이는 공직자윤리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추 전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1대 총선에서 경기 안양 동안을 지역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는 언론운동계에서 SBS노동조합 간사, 언론연대 사무총장을 역임,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 의해 영입돼 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LG그룹 권영수 부회장의 제안을 받아 그룹 비상임 자문 역할을 하면서 LG유플러스에 적을 두고 있다. 정의당 외연을 넓히고, LG그룹 내 노동·젠더 문제 등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언론연대는 "직업 선택의 자유든 외연 확대든 명분이 될 수 없다"며 "자본의 이해로부터 거리두기, 이해충돌금지는 그가 속한 진보정당뿐만 아니라 오래 몸담았던 언론시민운동이 엄격히 지키도록 정한 기본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원직에서 물러난 지 3달여 만에 통신재벌로 자리를 옮긴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언론연대는 "추 전 의원은 국회에서 통신기업을 감시하고, 유료방송사업자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의정활동을 펼쳤다. 통신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도 앞장섰다"며 "그러나 추 전 의원이 LG행을 택하면서 이런 의정활동의 진정성마저 의심을 받게 됐다. 시민의 신뢰를 잃고, 진보 정치와 미디어운동의 미래 가치를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전직 의원이나 보좌진들을 영입하여 자사 이익에 활용하는 재벌대기업의 나쁜 관행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이런 악습을 용인해 온 국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국회는 업무관련성 심사기준을 더욱 엄격히 강화해야 할 것이다. 언론연대는 앞으로도 통신 노동자와 이용자 연대를 굳건히 하며 흔들림 없이 운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이르면 4일 추 전 의원의 LG행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의당 일부 인사들이 비판 입장을 내놨다. 정의당 권영국 노동본부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업의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다"며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꿈꾸었던 정치인이었다면 적어도 자신이 감독했던 피감 재벌기업에 영입인사로 가는 행동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박창진 갑질근절특별위원장도 3일 페이스북에 "이해충돌 방지는 당이 내건 공직자윤리의 핵심"이라며 당 차원의 조치와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국회)

한편, 전직 여야 의원들의 대기업·대형로펌행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배경에는 이를 심사하는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구성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장석춘·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LG전자 비상근 자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효상 전 통합당 의원은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비상임자문이 됐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3일 오마이뉴스 칼럼 <'전직 금배지'의 대기업·로펌행… 심사는 '셀프'다?>에서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취업제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공직자가 퇴직후 3년 동안에는 취업할 때 제한을 받는 것인데, 국회의원도 이 조항에 해당한다"며 "국회의원이 퇴직 후 3년 이내에 취업을 하려면,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을 해도 좋다는 취업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취업제한 여부 확인, 취업승인은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 변호사는 "문제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구성"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는 위원 11명 중 4명은 국회의원 등 국회소속공직자이고, 7명은 국회가 위촉하는 '법관·교육자 또는 학식과 덕망이 풍부한 자'이다. 21대 국회 공직자윤리위는 민주당 강선우·김영배 의원, 국민의힘(전 통합당) 전주혜 의원, 정양석 당협위원장 등 전·현직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하 변호사는 "이번 기회에 이런 악습과 적폐를 걷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대기업·대형로펌에 취업한 전직 의원 문제부터 제대로 짚어야 한다"며 "과연 이들이 취업한 것이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하 변호사는 국회 공직자윤리위가 이들 취업에 대한 심사를 실시·승인했는지 등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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