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입법조사처가 지상파 중간광고 규제 개선 필요성을 제안했다. 지상파 중간광고의 제한적 허용과 함께 '유사 중간광고'로 불리는 분리편성광고(PCM, Premium Commercial Message)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규제에서 자유로운 유료방송의 경우, 일부 프로그램에 중간광고에 분리편성광고를 더해 시청자 시청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는 '지상파방송의 위기와 중간광고 규제 개선'(김여라 입법조사관)이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유사 중간광고 논란을 일으키는 지상파방송의 분리편성광고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상파의 재정 위기 상황과 분리편성광고 현황, 중간광고 규제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MBC·KBS·SBS 지상파3사 사옥

결론부터 살펴보면 지상파 중간광고에 대한 제한적 허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해외 주요국의 중간광고 규제 사례와 방송의 공공성 등을 고려해 방송프로그램 종류, 중간광고 시간, 횟수 등을 제한해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즉 방송광고의 상업적 메시지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기 쉬운 시사 및 보도프로그램,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 등에서의 중간광고를 금지하거나 또는 제한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다만 김 조사관은 "지상파의 기타 자구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지상파의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방송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고, 매체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맞는 새로운 규제의 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때"라고 했다.

또 김 조사관은 "중간광고의 제한적 허용과 함께 분리편성광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필요하다"며 "분리편성광고를 현재와 같이 방송프로그램 광고로 분류하여 중간광고와 동시에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청자의 시청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규제완화 검토 필요성의 배경에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규제 형평성·지상파의 분리편성광고 논란이 있다.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따른 사업자 간 인수합병과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급성장 등 환경변화 속도가 가파르고, 지상파는 소유·허가·편성·광고 등에서 유료방송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매출은 광고수익 급감과 함께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 '2019년도 방송사업자 재상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15년 4조 1천억원대였던 지상파 방송사업 매출은 지난해 3조 5천억원대로 떨어졌다. 광고 수익은 2015년 1조 9천억원대에서 1조 9백억원대로 감소했다. 반면 케이블·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 매출은 2015년 4조 7천억원대에서 지난해 6조 4천억원대를 기록했다. IPTV가 유료방송 매출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은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동일 프로그램을 쪼개 광고를 편성하는 분리편성광고를 2017년부터 편성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상 중간광고를 할 수 없는 지상파가 사실상 편법적인 유사중간광고를 편성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예를 들면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3부로 쪼개 시청자 비판을 받았던 SBS는 현재 종합저녁뉴스 '8뉴스' 분리편성광고 도입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 방통위는 지상파 4사, 종합편성채널, tvN 등 9개 채널의 분리편성 현황 및 방송광고·협찬 고지 관련 법규준수 여부를 실태조사했다. 그 결과 지상파는 총 49개 분리편성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었고, 그 중에는 1시간 분량의 짧은 프로그램이나 3부 쪼개기 프로그램에 대한 분리편성광고도 있었다. 유료방송의 경우 총 4개의 분리편성광고가 있었는데 중간광고와 함께 분리편성광고를 동시에 편성한 사례가 드러났다.

김 조사관은 "지상파의 독점적 지위와 영향력은 무너지고 있고, 콘텐츠 제작을 위한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으며, 편법적인 분리편성광고로 시청자들의 불만은 쌓이고 있는 현실"이라며 "규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스)

김 조사관은 규제현황 비교를 위해 해외 주요국가의 지상파 중간광고 규제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방송프로그램 속성에 따라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었다.

영국은 공영방송 BBC를 제외한 기타 공공서비스 채널의 중간광고를 방송광고규정에 따라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허용한다. 방송광고규정에는 ▲학교프로그램 중단 금지 ▲30분 이하 어린이프로그램 광고 금지 ▲영화·뉴스프로그램 30분 이상 방송 시 광고 ▲종교·왕실행사 등 관련프로그램 중간광고 금지 등이 규정돼 있다. 김 조사관은 "무엇보다도 방송광고는 방송프로그램의 온전성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방송프로그램의 자연스러움과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제8조)"고 덧붙였다.

일본도 공영방송 NHK 방송광고는 금지하고 있고, 타 지상파의 경우 학교용 프로그램 중 학교교육에 방해되는 광고 외에는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아래 30분 이하 뉴스, 시사, 종교, 어린이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BBC, NHK 등 영국·일본 공영방송의 중간광고 금지의 배경엔 수신료 중심의 재원구조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BBC는 전체 재원의 70% 이상, NHK는 90% 이상이 수신료다. KBS는 40%대다. 월 수신료와 수신료 수입 총액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2017년 기준 NHK와 KBS의 월 수신료는 약 5배, 수신료 수입은 10배 가량 차이가 난다.

한편, 방통위는 2018년 12월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관련 부처 간 의견교환과 추가검토 필요성 등의 이유로 의결이 미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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