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력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피해자 측에 섰던 증인들은 주요 보직에서 물러나고, 일을 그만 두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더불어민주당과 이낙연 신임 당대표에게 책임을 물었다.

2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더불어민주당과 이낙연 당 대표에게 "더불어민주당과 소속 의원실에서 발생한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 조력자에 대한 불이익조치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 책임 조치 및 피해자 조력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JTBC 8월 31일 <'안희정 유죄' 그 후 1년...퇴장당한' 김지은 측 증인들> 보도 화면

여성단체의 이러한 요구는 JTBC 보도에서 촉발됐다. 지난달 31일 JTBC ‘뉴스룸’에서는 <‘안희정 유죄’ 그 후 1년 …퇴장당한‘ 김지은 측 증인들> 제하의 기사에서 피해자 김지은 씨 측에 섰던 증인 세 명의 삶을 조명했다.

2011년부터 7년간 안 전 지사를 보좌한 핵심 참모 문모 보좌관은 지난달 이낙연 당시 당 대표 후보 선거 캠프에 들어갔지만 출근 나흘 만에 보직을 바꾸라는 통보를 받았다. 문 전 보좌관의 캠프행에 안 전 지사 지인 등의 항의가 빗발쳐 캠프 관계자가 보직을 바꾸겠다고 전한 것이다.

안 전 지사 수행비서 등으로 8년간 일한 신모 씨는 피해자 증인으로 선 이후 본인과 가족 신변에 위협을 받는 일이 일어났으며, 국회 일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하고 있다. 당시 충남도청 인터넷방송국에서 조연출로 일했던 정연실 씨는 영상 일을 접고 한국을 떠나 있다. 배복주 당시 김지은 씨 대리인은 안 전 지사가 지난해 9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그의 위력은 여전히 국회 안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JTBC는 지난 2일 <취재설명서 ’김지은 증인‘사건...이낙연 대표 답은?>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이낙연 당대표에게 책임을 물었다. 기자는 “캠프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됐기 때문에 문씨가 일하다 관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게 주된 주장이었지만, 취재진이 다녀간 후 캠프 관계자는 문 씨에게 연락, JTBC 기자가 다녀갔으니 알아서 잘 처신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JTBC는 “취재진은 다시 묻겠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캠프의 일에 대해 이낙연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며 “이낙연 대표의 대답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같은 취지의 성명을 냈다. 여성단체는 “남녀고용평등법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성폭력 피해자 및 조력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피해자 및 구성원들로 하여금 2차 피해에 대한 염려 없이 회사를 신뢰하고 문제제기 할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직장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함”이라며 “정당이라고 이 법의 취지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안 전 지사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자와 피해자를 조력했던 사람들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남녀고용평등법에서 피해자 및 조력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형사 처벌이 가능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연이은 자치단체장 및 소속 의원들의 성폭력사건들로 인해 민주당에 대한 여성유권자들의 실망과 분노는 한계에 달했다. 사과와 성찰, 변화 없이 민주당의 미래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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