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김복동 장학금’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방송소위는 “정보 일부만 공개해 사실관계를 ‘잡탕’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전체회의에서 채널A에 대한 법정제재가 확정되면, 채널A의 조건부 재승인 관련 법정제재 건수는 4건이 된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 TV조선 '사건파일24'는 5월 11일 방송에서 ‘김복동 장학금’에 대한 방송을 진행했다. 채널A·TV조선은 ‘김복동 장학금’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 대학 장학금으로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김복동 인권운동가 장학금 ‘김복동의 희망’ 수혜 대상은 재일 조선학교 학생과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다. 재일 조선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기부는 김 운동가가 생전 5,000만 원을 정대협 측에 기부하며 시작됐고,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 장학금은 김 운동가 장례식 조의금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 두 장학금은 별개로 운영된다. 게다가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가 ‘김복동의 희망’ 수혜자라는 것은 2019년 공공연하게 밝혀진 사실이다.

(사진=김진의 돌직구쇼)

채널A·TV조선은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지난 5월,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이 부적절한 것처럼 방송했다. 채널A 출연자인 변환봉 변호사는 “재야 활동가들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줬다? 조금 이상해지기 시작한다”면서 “야권 활동가 자녀들을 위해서 장학금을 준 것을 후원금을 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 (후원금은)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관련된 사업을 위해 냈던 것인데, 사전에 이야기했느냐”라고 말했다.

진행자인 김승련 앵커는 “장학금 수혜자가 시민운동가 자녀들로 구성됐다는 점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고 말했고, 출연자는 “공익 법인은 결산 보고서를 만들어 공개해야 하는데, (정의연은) 추상적으로 나오니까 내역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TV조선 출연자인 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는 “(김복동 장학금이) 할머니의 유지가 맞는지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김복동 할머니는)재일 조선학교 학생들한테 장학금을 쓰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정확한 유언 내용 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2일 회의에서 “중요 사실관계를 누락했다”며 채널A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전체회의에서 제재가 확정되면 채널A의 조건부 재승인 관련 법정제재 위반 건수는 4건이 된다. TV조선 사건파일24에는 행정지도 권고가 결정됐다.

이소영 위원은 “시민단체 후원금 운영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영역이지만, 문제는 ‘어떻게 보도하는가’”라면서 “채널A는 방송에서 ‘할머니는 재일 조선인 학교 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쓰라고 했지만 시민단체가 다른 곳에 썼다’는 식으로 내용을 전달했다. 정보의 일부분만 공개해 사실관계를 ‘잡탕’으로 만들었으며, 시청자로 하여금 사실관계를 상상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TV조선에 대해 “채널A와 달리 확정적 메시지를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강진숙 위원은 “방송은 김복동 활동가 조의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 장례위원회 뜻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면서 “의혹 보도는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채널A의 객관성 조항 위반 문제가 가볍지 않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사실관계가 선택적으로 다뤄졌다는 점이다.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방송사 시각을 의심하게 하는 방송”이라고 밝혔다.

김승련 채널A 앵커는 “사실관계와 다른 발언을 한 점을 인정한다”면서 “두 장학금이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김복동 장학금을 비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소영 위원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올해 2번의 법정제재를 받았다"면서 "채널A는 매번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팩트체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상로 위원은 채널A·TV조선을 옹호하고 나섰다. "훌륭한 보도를 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시민단체는 투명하고 정직해야 한다”면서 “김복동 활동가 조의금을 재일 조선인 학교에 사용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안 생겼을 것이다. (관련자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본인들이 속해있는 사회단체에 장학금을 배분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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