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공정방송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공정방송 역할을 제대로 해야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할 수 있다"

수년간 지속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에 KBS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수신료 현실화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KBS가 1일 주최한 시청자포럼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KBS가 공정방송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신료 현실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일 열린 KBS시청자포럼 'KBS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 안정화 방안' 세션에 발제를 맡고 있는 주정민 전남대 교수,배진아 공주대 교수, 김대식 KBS공영성강화프로젝트팀 박사 (사진=KBS)

이날 ‘KBS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019년 KBS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어,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KBS 재무상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KBS의 사업손실은 2018년 585억 원에서 2019년 759억 원으로 확대됐다. 수신료 수입의 둔화, 광고 수입의 감소, 방송 제작비 증가 때문이다. KBS의 최근 5년 연도별 수익구성을 따져보면 기타수입 비중이 크게 나타났다. 주 교수는 이를 “공영방송인 KBS 재정이 불완전하다는 증거”라고 짚었다.

주 교수는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재원구조는 수신료"라며 "수신료가 중심이 되면 재원이 안정되고 자본으로부터 독립성 확보가 가능하며 프로그램의 다양성, 건전성, 소수계층 대상 프로그램 확보가 용이해진다”"고 강조했다.

KBS 수신료는 1981년 2,500원으로 정해진 뒤 지금까지 그대로다. 2007년, 2010년, 2013년 세 차례 수신료 인상 논의가 있었지만 KBS의 공영성과 공정성 확보, 정치적 독립성, 경영 합리화라는 선결과제가 충족돼야 한다는 반대 주장에 의해 매번 좌초됐다.

더 나아가 주 교수는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위해 현재 특별부과금 성격의 수신료를 조세제도로 전환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프랑스의 경우, 수신료를 조세로 규정해 통합세금고지서에 부가하는 형태로 가고 있으며 국민들의 반발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배진아 공주대 교수 역시 수신료 현실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KBS가 스스로 경영을 쇄신하고 콘텐츠를 잘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재정상태 개선은 KBS가 공영방송 역할을 하는데 있어 장애가 될 것"이라며 재원 구조를 바꿔야한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현 상태로는 KBS가 상업 미디어들과 출혈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콘텐츠를 재생산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우리가 KBS에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다”며 “지난 39년 간 적체되어 있는 수신료를 올려 KBS 재정안정에 도움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수신료 인상 논의가 일 때마다 뜨거운 이슈가 된 건 공정성으로, KBS가 먼저 공정방송을 해야한다고 하지만 수신료 인상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KBS가 제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KBS시청자 포럼 발표 자료

김대식 KBS공영성강화 프로젝트팀 박사는 KBS가 적자를 메꾸기 위해 유형자산을 처분하고 사내에 쓰고 있는 자산을 긴축하는 방식은 지속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방증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수신료 산정 방식에 대한 논의 중 하나인 ‘별도의 수신료 산정기구’ 설립에 대해 김 박사는 회의적인 입장을 개진했다. 그는 KBS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관리감독기구인 이사회와 별도의 수신료 산정기구 역할을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겠냐며 “객관적 절차를 두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에 굳이 산정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수신료 배분 관련 논의에 대해 김 박사는 섣부른 제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신료는 방송법 제56조에 따라 KBS 경비로 사용되고 있으며 제68조에 따라 교육방송 EBS재원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 박사는 “배분과 지원은 개념이 다르다”며 “향후 수신료가 큰 폭으로 증액돼 풍부한 수신료 재원이 있다면 배분의 개념을 적용해 EBS와 나눌 수 있겠지만 지금은 KBS만으로도 운영이 어렵기에 배분이란 개념을 적용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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