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박래용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메시지실장에 임명된 것과 관련해 “독자와 국민에게 실망감만 떠넘긴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는 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인사로 경향신문이 추구해 온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손상될 수밖에 없다”면서 “조합원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언론이다.

박래용 전 논설위원은 퇴사 2개월 만에 정치권 행을 택했다. 메시지실장은 당·정·청 소통과 대국민 메시지 업무를 맡는 직책이다. 민주당은 박 전 논설위원을 “30년간 정치, 사회, 디지털 등 각 분야를 거치며 전문 역량을 쌓아온 대표 언론인”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는 1일 <더불어민주당 메시지 실장 임명에 유감을 표한다> 성명에서 “독자와 국민에게 실망감만 떠넘긴 인사”라며 "신임 당 대표 첫 인사에 등장할 정도로 맡은 직책도 중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논란의 소지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지부는 “6월 30일 퇴사 직후부터 사내에서 떠돌던 말들이 두 달 만에 현실화 됐다”면서 “편집국장·논설위원·사장 후보까지 역임했던 막중한 중량감을 고려하면 경향신문이 추구해 온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손상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노사는 2016년 윤리강령을 채택했다. 윤리강령에는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모든 정치·경제적 압력과 간섭, 유혹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내용과 “정당에 가입하지 않고 특정 정당이나 특정 종교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경향신문지부는 “박 전 논설위원은 퇴사 2개월 만에 언론인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강령을 저버렸다”면서 “본인은 퇴직자 신분으로 정당행을 선택했을 수 있을지 몰라도 언론인의 정당행은 경향신문이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가치에 커다란 훼손을 가한 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의 자존심에도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지부는 언론인에게 중요 직책을 맡기는 정부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민석 대변인(중앙일보), 김의겸 전 대변인(한겨레신문), 여현호 전 국정홍보비서관(한겨레신문), 윤도한 전 국민소통수석(MBC) 등 다수 언론인이 청와대로 직행한 바 있다. 경향신문지부는 “현 정부에서 끊이질 않고 있는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도 문제”라면서 “명문화된 유예 기간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권력에 대한 감시를 소명으로 하는 언론인을 정치의 무대로 마구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래용 실장은 전남대를 졸업하고 1990년 경향신문에 입사했다. 이후 전국부장, 사회부장, 정치부장 등을 거쳐 2014년 9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편집국장을 지냈다. 6월 퇴사 전까지 논설위원직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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