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미래통합당이 지난달 31일 새 당명 최종 후보안으로 ‘국민의 힘’을 채택했다. 포괄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선택한 당명이지만, 보수정당이 당명을 바꾼다고 중도정당으로 비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수민 평론가는 1일 KBS라디오<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원래 보수적인 정당이 ‘국민’을 붙인다고 중도적으로 비칠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민의 힘’이라고 이름 붙인 건 ‘포괄적 국민정당’으로 가자는 의미지만, 정작 당명을 정할 때 당내 리더십있는 토론이 부족했고. 섣불리 공모에 기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김수민 홍보본부장(왼쪽)과 김은혜 대변인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새로운 당명 '국민의힘' 개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당은 새 당명에 대해 “‘국민의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세 의미를 담고 있다”며 “국민의 힘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정당, 모든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 국민의 힘으로 결집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정당을 지향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통합당은 당 쇄신 차원에서 국민 공모 등을 포함해 당명 만들기 작업을 해왔다. ‘국민의 힘’은 통합당 공모에서 가장 많이 나온 ‘국민’이란 단어를 넣어 만들었다. 당 내부에서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 평론가는 ‘국민의 힘’이라는 당명은 앞서 진보·중도 진영에 많이 쓰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자들이 민주당 밖에서 만든 정당 이름이 ‘개혁적 국민정당’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창단했다. 당시 당명 후보작 중 하나가 ‘국민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 힘’은 실제 2003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계열 단체가 만들었던 정치 결사단체 이름이다. 해당 단체 공동대표를 맡았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나는 국민의 힘이 조롱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17년 전에 많은 회원들과 내가 참여하여 만든 시민단체 생활정치 네트워크가 벌써부터 조롱당하고 있다. 미통당은 더 이상 국민의 짐이 되지 말고 국민의 힘 새 당명 도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해외에서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주로 극우단체에서 쓰는데 대한민국에서는 nation보다 people의 의미로 많이 쓰이기에 진보 정치 세력에서 쓰였다”고 말했다. ‘국민승리21’, ‘새정치 국민회의’등이다. 또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92년 창당한 ‘통일국민당’ 등 제3세력의 정당 명칭으로도 자주 사용됐다. 김 평론가는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 평론가는 ‘국민의당’(안철수 대표)이 반발하지 않는 데 대해 “뜻밖”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독일에 보면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등 자매정당이 있는데 국민의당도 자매정당을 노리는 건가 싶었다”면서도 “상식적으로 합당을 염두에 뒀다면 당명을 이렇게 빠르게 바꾸지 않았을 거다. 내년 재보선을 앞두고 양측 공동 행보를 주목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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