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메시지실을 신설, 실장에 박래용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임명했다. 박 실장은 지난 6월까지 경향신문에서 기명칼럼을 써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박 실장은 정부여당과 윤석열 총장 체제 검찰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가 칼럼 등을 통해 강조해 온 원칙은 '건강한 긴장관계'를 통한 민주주의 실현이었다.

이 대표는 30일 첫 당직 인선을 했다. 당대표 비서실장에는 재선의 오영훈 의원, 정무실장에는 초선 김영배 의원을 임명했다. 정무실장과 메시지실장은 신설된 당직이다. 정무조정실장으로 운영됐던 자리가 정무실장으로 개편됐고, 당 대변인실 산하 메시지 부실장직이 메시지실장으로 승격됐다. 민주당 새 지도부는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해 당·정·청 소통과 당 대국민 메시지를 강화하는 취지라고 이번 인선 취지를 설명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는 30일 당 메시지실장에 박래용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임명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자협회보)

박 실장은 1990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장,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30년 경력의 언론인이다. 지난 2월 경향신문 사장 선거에 나서 17표 차이로 낙선했다. 올해 6월까지 경향신문 논설위원으로서 기명칼럼을 써왔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7월부터 이낙연 대표 측에 합류해 전당대회 과정에 함께했다.

박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을 향해 쇄신이 필요하다는 비판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정부여당에 실력과 겸손, 그리고 소통이 필요하다는 경고등을 기회가 될 때마다 켜왔다. 2018년 지방선거를 두달여 앞두고 내놓은 칼럼 <청와대밖에 안 보인다>에서는 높은 문 대통령 지지율과 청와대에 기댄 여당,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내각을 비판했다.

칼럼에서 박 실장은 "여당은 시민과 대통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야당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중개 역할도 해야 한다"며 "현실은 정반대다. 모든 이슈는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슈를 던지면 여당은 뒤따라가기 바쁘고, 야당을 향해 강성발언을 쏟아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박 실장은 "내각은 더 심하다. 발 벗고 뛰어도 모자랄 판에 제 역할을 하는 장관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기업같았으면 진작에 보따리 싸들고 집으로 갔어야 할 임원들"이라고 총평했다.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 김상곤 교육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미세먼지·쓰레기 대란, 검찰개혁, 통일문제, 위안부 문제·미투사건 등으로 그의 비판 대상에 올랐다. 박 실장은 "지지율은 신기루와 같다. 당·청은 건강한 긴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내각은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지방선거 이후 집권 2년차도 이대로여선 곤란하다"고 질타했다.

같은 해 12월 국정운영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던 시점, 칼럼 <"청와대의 그립이 너무 세다">에서도 그는 "대통령 지지율에만 의존하는 정치는 위험하다"며 "지금 청와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실력과 겸손이다. 청와대는 국정의 구심력을 확고하게 만들되, 내각과 당에 힘을 실어 자발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는 유능하고 겸손한 국정운영을 했는지 되돌아볼 때가 됐다"고 썼다.

경향신문 2019년 3월 5일 <[박래용 칼럼] 탄핵 2년, 한숨만 나온다>

2019년 3월 칼럼<탄핵 2년, 한숨만 나온다>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달라지리라 믿었다. 그러나 개혁은 철벽에 가로막힌 듯 힘을 잃고 있다"며 "정권교체는 시대교체로 이어지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있다. 희망은 실망으로, 실망은 절망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4·15 총선 이후로도 박 실장은 민주당에 '실력과 겸손'을 거듭 주문했다. 박 실장은 지난 6월 9일 칼럼 <'슬기로운 여당 생활'>에서 총선 후 두 달 간 민주당이 보인 모습에 대해 "지지층 결집이나 친정체제 강화 같은 낡은 방식으로는 'K정치'를 만들 수도, 미래를 열 수도 없다"고 했다. 국회 반쪽개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혁과제 부재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놓고 윤석열 총장 체제의 검찰을 비판했고,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는 청와대를 비판했다. 지난해 9월 칼럼 <'윤석열의 나라'>에서 그는 "윤석열은 국회의 정치협상에 끼어들어 후보자를 낙마시키려 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총선, 대선에서도 이러한 정치행위는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의 윤 총장과 검찰에는 그런 막강한 힘이 있다는 점"이라며 "이번 수사, 검찰의 정치개입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해줬다"고 했다.

조 장관 사퇴 이후인 그해 10월 칼럼 <청와대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나>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조국 사퇴에 대해 응답자 64%가 ‘잘된 일’이라고 했다. 이런 민심을 따르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두 달간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며 "이제 ‘조국 정국’을 매듭짓고 새 출발을 하자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청와대가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며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며 "역대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김대중 20회, 노무현 45회, 이명박 9회, 박근혜 7회였다. 문 대통령은 2년 반 동안 3차례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박 실장은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은 모두 찬성할 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초일류 기업들이 ‘레드 팀’을 만든 이유는 가감 없이 직언하는 조언자가 있어야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청와대 참모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통령 곁에 늘 반대 의견을 내는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월 청와대 신임 대변인에 강민석 전 중앙일보 기자가 임명되자 경향신문 양권모 논설실장은 칼럼 <폴리널리스트>에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최대의 언론인 출신 공보팀을 꾸렸고, 이들은 집권 후 정·관계에 진출했다"며 "이렇게 현직 언론인이 하루아침에 권력에 줄을 대고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계속되자, 정치(policy)와 언론인(journalist)을 합친 ‘폴리널리스트’가 사회성을 획득하게 됐다. 최소한의 완충기간도 없이 현직 언론인이 곧장 권부로 줄달음치는 대열 앞에서, '저널리스트는 바깥에 있어야 한다'(미국 사회학자 마이클 셧슨)는 금언은 힘을 잃는다"고 썼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