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 IT전문 언론사가 기자를 부당하게 해고하고, 기자가 구제신청을 하자 사직서를 작성하게 했다. 사측은 부당해고 구제신청 무효화를 위해 사직서를 작성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김유경 법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부당해고를 당했을 땐 절대로 사직서를 작성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A기자는 올해 5월부터 IT전문 언론사에서 경력직 기자로 재직하다가 이달 18일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하루아침의 해고 통보였으며, 사유도 알 수 없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해고 한 달 전 노동자에게 예고해야 하고, 한 달 전 예고하지 않을 시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서면이 아닌 구두로 통보한 해고는 무효에 해당한다.

A기자는 미디어스에 “회사와 특별한 마찰이 없었다”면서 “회사는 법적 해고 사유를 고지하지 않았으며 ‘회사와 잘 안 맞는 듯하다. 위로금을 주겠다’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해고 통보 후 ‘회사에서 나라가’고 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3분이 채 안 됐다고 한다.

(사진=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A기자는 부당해고로 판단해 위로금을 받지 않고 당일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다음날 사측은 ‘인수인계를 해야 한다’며 A기자를 회사 인근 카페로 불러 사직서를 내밀었다. A기자는 동료와의 전날 통화에서 ‘노동위원회에 갔다’고 말했다.

A기자는 “카페에 가보니, 인수인계가 아니라 사직서 작성을 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A기자는 “인수인계를 위해 만나자던 사측이 사직서를 내밀어 당황스러웠다”면서 “해고당한 적은 처음이어서 사직서의 의미를 몰랐으며 사측이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 ‘어디로 이직했는지 알려달라’며 관계 지속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노무사와 상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고 밝혔다. A기자는 결국 사직서를 작성했다.

회사가 A기자에게 사직서 작성을 요구한 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직서를 작성하면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으로 간주돼 부당해고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직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A기자는 작성 당일 “사직서를 반려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사측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는 없었고, A씨와 합의를 거친 권고사직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측은 “2개월분 통상임금을 지급하고 A씨와 화해하는 게 어떻겠냐”는 노동위원회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김유경 법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해고 원칙을 지키지 않아 당연히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서 “사측이 해고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A씨가 사직서를 작성해 불리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노무사는 “노동위원회는 어떤 경위에서 A씨가 사직서를 썼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있다”면서 “사직서 작성이 진의가 아니었고, 부당해고였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유경 노무사는 “부당해고 사건에서 제1원칙은 ‘사직서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노무사는 “부당해고 상황에서 사직서를 쓰면 퇴사에 합의했다는 뜻이 된다”면서 “해고 전이든 후든 사직서를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구두로 부당해고 통보를 받을 경우 증거가 없으므로 회사는 ‘해고가 아니라 사직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서 “사후 확인 절차를 통해 녹취록을 남겨야 한다. 사측에서 준다는 위로금 역시 받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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