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산주의자”라고 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자신이 믿는 체제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고 전 이사장은 “청와대 하명대로 한 판결”이라며 상고의 뜻을 밝혔다.

고영주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보수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18대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했다.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 운동인 부림사건을 변호했다면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 적화는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고 전 이사장은 1982년 부림사건 수사 검사였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는 27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했으며, 표현의 자유 보장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고 전 이사장은 자신이 믿는 체제에 집착하는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청와대가 재판부에 압력을 가했다는) 고 전 이사장 측 말처럼 어떠한 압력을 받은 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이고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는 것은 전체적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의견표명일 뿐이라는 고 전 이사장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산주의자 취지 발언은 논리 비약으로 모두 허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고 전 이사장 발언은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라고 볼 만한 근거는 고 전 이사장의 논리 비약적 증거 외에는 없다”면서 “(고 전 이사장 주장은) 명분과 달리 공동체 구성원 간 자유롭고 조화로운 공동생활을 어렵게 해 헌법 정신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고 전 이사장은 판결 후 “사법부 판결이라고 볼 수 없고, 그냥 청와대 하명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 대리인이 재판을 빨리 마쳐달라니깐 보지도 않고 판결했다”면서 “대법원이 문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구성돼 있지만 표현의 자유는 넓게 인정한다. 당연히 상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사재판부는 2018년 10월 같은 사건으로 고소당한 고 전 이사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7부는 “남북 대치·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우리 현실에서 공산주의라는 표현이 갖는 부정적·치명적인 의미에 비춰 볼 때 원고가 아무리 공적 존재라 하더라도 감정적·모멸적인 언사까지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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