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의 아들들이 용돈으로 6천만원을 모았다고 하더니, 이젠 집안일로 5천만원 정도를 모은 장녀가 등장했다. 오늘(10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가 주인공인데, 우선 오늘자 한국일보가 보도한 이 후보자 증여세 탈루 의혹 기사를 한번 살펴보자.

취업기록도 없는 상태에서 재산 1억원 증가한 이만의 환경후보 장녀

▲ 한국일보 3월10일자 1면.
“이만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통합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04년 4월 서울 종로구 '경희궁의 아침' 오피스텔을 6억6000만원에 매입한 뒤 2006년 4월 10억8000만원에 팔았다. 4억2000만원의 차익을 냈는데 이 가운데 1억여원이 이 후보자 자녀에게 증여됐다는 게 민주당측의 주장이다. 이 후보자 장녀는 2006년 5월 이 후보자가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일 때는 재산을 6350만원으로 신고했지만 이번에는 1억원이 증가했다.

문제는 장녀가 2005년 1월 이후 취업기록이나 재산이 늘어날 특별한 사유가 없다는 점이다. 상속 및 증여세법은 3000만원 이상의 재산을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세금을 내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증여세 납부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연치 않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의 해명이 ‘걸작’이다. 일단 한번 들어보시라.

“장녀가 직장에서 2003년 4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받은 5000여 만원, 질환이 있는 아내를 대신해 집안일을 한 대가로 파출부 쓰는 셈 치고 월 100만원씩 준 돈 등을 합쳐 재산이 1억여원 늘었다. 세금 탈루는 아니고 2006년 신고 당시 제대로 자녀의 재산을 확인하지 못한 게 불찰이다.”

그러니까 집안일을 한 대가로 월 100만원씩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았고, 이를 모아보니 대략 5000만원 정도 됐다는 얘기다. 그래서 합이 1억여원 정도라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 공직자들의 ‘돈 모으기’ 그 비법 좀 알려주시라

정말이지 이명박 정부 때 공직자로 진출하기 위해선 ‘재테크’가 세계적인 수준은 돼야 할 것 같다. 자신들의 재테크도 그렇지만 특히 자녀들의 ‘돈 모으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의 아들 두 명은 용돈으로 각각 6천만원을 모았고, 이만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는 집안일 ‘조금’ 해주고 월 100만원씩 받아서 5000만원 정도를 모았다고 한다. 이 정도는 돼야 공직자로서의 명함을 내밀지 않겠는가.

그런데 대체 어느 정도 집안일을 열심히 했던 걸까. 일단 거칠게 한번 계산을 해보자. 월 100만원을 꼬박 저축한다고 치고, 5000만원 정도를 모으려면 대략 50개월 정도가 걸린다. 대략 4년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 후보자가 2006년 재산을 신고했으니 ‘최대’ 2006년 12월까지 계산하더라도 2002년 11월부터 집안일을 ‘도우면서’ 월 100만원 정도를 받았다는 얘기인데, 이 후보자의 장녀는 2003년 4월부터 2005년 1월까지는 직장을 다닌 것으로 돼 있다.

▲ 서울신문 3월7일자 9면.
‘파출부 쓰는 셈 치고 …’ 결국 용돈이란 말인데

물론 직장을 다니면서도 집안일을 도울 수는 있지만 ‘아내를 대신해 집안일을 한 대가로 파출부 쓰는 셈 치고 월 100만원씩 줬다’는 이 후보자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사실 ‘파출부 쓰는 셈 치고’라는 이 후보자의 말은 이 돈이 일종의 ‘용돈’ 성격이 짙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별다른 취업 기록도 없었던 이 후보자의 장녀가 이 돈을 그대로 저축했다는 것도 믿기 어려울뿐더러 직장을 다녔던 기간을 제외한 기간에 실제 파출부가 하는 정도의 ‘집안일’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아니 솔직히 이 후보자의 해명 자체가 신뢰가 안간다. 위에서 ‘수치놀음’을 한 것도 바로 이 후보자의 해명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건지를 설명하기 위함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

그런데 설사 이 후보자의 해명을 100%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지적했듯이 “(증여세 부분을 몰랐다면) 재산신고를 잘못했으니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병역기피 의혹과 함께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제기되고 있어 오늘 인사청문회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담 하나. 오늘 인사청문회에서 다른 건 몰라도 '재테크 비법'에 대해서는 꼭 '한수' 가르쳐 주시길 바란다. 기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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