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요 방송사와 방송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책을 논의, 제작‧송출 현장에서 혼선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매뉴얼 정비를 요청했다. 방송현장 노동자들로부터는 방역·고용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6일 오후 방통위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방송제작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 지상파, 종편·보도 채널 등 주요 재난방송 의무방송사업자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영상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CBS, SBS, KBS 등 최근 일부 방송사 사옥과 제작현장 등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돼 사옥폐쇄, 정규방송 중단, 촬영 전면 중단, 일시적 이동제한 등의 상황이 잇따라 발생했다.

회의에 참여한 각 방송사들이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자체 매뉴얼을 마련해 각각 대응하고 있고,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방송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비상시 근무조 편성 등 인력 운용과 방송장비 운영계획 등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방송 제작‧송출 현장에서 혼선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에 감염병 단계별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보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신속·정확한 방역정보 제공을 위해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매뉴얼에 따라 철저하게 대비해 줄 것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미디어스)

하지만 방송현장 노동자들로부터는 현장에 구체적인 코로나19 방역대책도, 촬영중단에 따른 경제대책도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는 26일 성명을 내어 "코로나19의 유행에 한국 방송 산업은 '무대책의 대책'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한빛센터는 "방송 촬영은 특성상 한정된 장소에 수많은 스태프들이 밀집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세트 촬영이라면 더더욱 밀집도는 심해진다"며 "밀집된 공간에 확산되기 쉬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방송사는 철저한 방역 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방송사는 지금까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방역 대책을 제시하는 대신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와중에서도 무대책으로 촬영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빛센터는 "그저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지급하는 것이 방송 촬영 현장의 몇 안 되는 방역 대책일 따름이었다"며 "그러고도 약 반 년 동안 코로나19가 방송 촬영 현장에 퍼지지 않은 것은 어떤 의미로는 '요행'이었다"고 했다.

또 한빛센터는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유행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사들이 차례로 프로그램 촬영을 중지하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방송 노동자들의 고용 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대다수의 방송 노동자는 여전히 근로계약서를 쓰는 대신 ‘무늬만 프리랜서’를 강요받으며 ‘프리랜서(용역) 계약’을 하고 있으며, 해당 계약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참여한 회차에 따라 임금(보수)을 지급한다. 당연히 4대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빛센터는 "근로계약서를 쓴 적도 없고, 고용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실업 급여도 받을 수가 없다. 방송 노동자가 코로나19에 확진이 될 경우, 어떤 식으로 방송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나오지 않았다"며 "2017년 12월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5개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방송 노동자가 놓인 이중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질타했다.

한빛센터는 방송사와 정부에 ▲방역 가이드라인 조속 시행 ▲표준근로계약서 적용 ▲ 범부처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 관행개선 종합대책'의 실질적 이행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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