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덕분이라며_챌린지', '#더_분해' 등 의대생, 전공의들의 정부 의료정책 반대 온라인 캠페인에 대해 청각장애 당사자들이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덕분에_챌린지'의 '존경'을 의미하는 수어의 손 모양을 비틀어 활용했다. 전공의들은 여전히 관련 이미지를 게재하고 있다. 청각장애 당사자들은 수어 왜곡·비하 행위에 대한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의협)에 대한 차별진정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농인들의 언어인 수어를 희화화하고 차별했다는 것이다.

25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대한 차별진정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사진=장애벽허물기)

앞서 의대협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의료진을 응원하는 캠페인 '#덕분에 챌린지'의 수어를 비틀어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정부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의료계 파업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농아인협회 등 장애인단체들의 비판이 줄을 잇자 의대협은 22일 사과문을 내고 해당 손 모양 사용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더_분해' 캠페인을 통해 의대협과 같은 손 모양을 사용한 전공의협은 게제한 게시물을 내리지 않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여전히 '#덕분이라며 챌린지' 의 잘못된 손 모양 게시물이 곳곳에 남아있다.

장애벽허물기는 "챌린지는 ‘덕분에 챌린지’를 희화한 것인데, 문제는 ‘존중’의 수어를 뒤집어 누른 손 모양을 대표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수어를 희화했다는 것만이 아니라 희화한 손모양이 경우에 따라 부정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벽허물기는 "수어를 희화한 챌린지로 부정적 시각이 늘까 걱정하고 있다. 또 진행하는 챌린지 때문에 모욕감과 상처를 받았다는 농인들이 많다"면서 "의대협이 사과문을 공지했지만, 재발방지 노력이 미흡하고 농인들의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전공의협 등은 많은 농인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게시물을 게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5일 기준 대한전공의협의회 SNS계정에 남아있는 '#더분해' 캠페인 게시물

이번 차별진정에 참여한 청각장애 당사자 유정아 씨는 "자기주장을 위해 농인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것은 문제다. 수어는 농인들의 국어"라며 "이런 수어를 망가뜨린 것 자체가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유 씨는 "더 화나는 것은 의대생들이 챌린지에 반박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라며 "댓글을 단 농인들을 죄인과 같이 취급한 것이다. 농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청각장애 당사자 김여수 씨는 "의대생들이 ‘존경하다’라는 수어를 뒤집어 챌린지를 한다는 것을 보게 되고 순간 화가 치밀었다. 병원에서 농인과 제대로 소통도 못하면서 수어를 멸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의사들은 농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기는커녕 이용해먹는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장애인단체와 청각장애 당사자들은 의대협과 전공의협이 사과문이 아닌 수어와 영상을 통해 사과할 것, SNS 등에 남아있는 관련 게시물을 조속히 삭제처리할 것, 수어 왜곡·비하 행위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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