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구글의 어플리케이션(앱) 마켓 수수료 30% 부과 방침과 관련해 방통위 차원의 시정조치 여부 판단을 위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측에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질의를 진행했다. '인앱결제'란 앱 관련 모든 결제를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특정 앱마켓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구글은 올 하반기부터 기존에는 게임앱에 30% 수수료를 적용하던 인앱결제 시스템을 일반앱(수수료 10%)에도 확대적용하기로 했다. 애플은 처음부터 모든 분야에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부과해왔다.

(왼쪽부터)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한준호 의원 페이스북)

한 의원은 "휴대전화 내 운영체제인 OS 점유율을 보면 2019년 8월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는 76.23%, iOS는 22.17%로 조사된다. 우리나라 역시 안드로이드가 73.38%"라며 "문제는 이들이 확대된 점유율을 바탕으로 수익화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여년간 오픈소스(무상서비스)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해 온 구글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치에서 인앱결제 확대적용을 통해 사실상 독과점 수익을 꾀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의원은 "소비자가 동영상, 음악, 웹툰 등을 이용하면서 만원을 결제하면 3천원을 수수료로 구글이 받아가고, 이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안드로이드와 iOS 앱 가격 차이를 비교했다. 예를 들어 구글 '유튜브 프리미엄'의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8690원,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11500원이다. OTT인 웨이브, 네이버 웹툰,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멜론, 카카오페이지 등 국내 앱도 같은 상황이다. 한 의원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도 수수료 30% 정책을 강제하겠다고 하면 서비스 가격은 인상될 것이고, 그 인상분은 고스란히 이용자인 국민들이 납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글의 인앱결제 확대 방침에 따라 국내 모바일콘텐츠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 의원은 "콘텐트개발사업자, 스타트업, 국내 OTT 등은 경쟁력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존 매출에서 30% 이상이 수수료로 지출되면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수준"이라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결제수단만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행위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공정거래법상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사업자 시장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을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된다. 해당 질의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낚시밥을 던지고 손님을 끌면 과금을 챙기는 게 일반적인 비지니스모델"이라며 "독과점은 항상 폐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게(불공정거래행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아이콘

한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의 제재 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제2조2는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도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일정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에게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등의 금지행위와 관련해 방통위에 시정조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시정조치)적용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를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네이버·카카오 등이 회장단으로 있는 사단법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구글의 특정 결제 방식 강제 행위가 위법이 아닌지 검토해 달라"며 구글 미국 본사, 구글코리아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 신고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가 전기통산사업법상 금지 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해달라고 방통위에 요청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인앱결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미국 글로벌게임사 '에픽게임즈'는 구글과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게임즈는 자체 시스템을 통한 직접 결제 프로모션을 진행하다가 구글·애플 앱마켓에서 퇴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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