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OTT 활성화 협의체'와 관련해 글로벌 기업은 놔둔 채 국내 기업부터 규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IT조선 기사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반박에 나섰다. 'OTT 활성화 협의체'는 글로벌 OTT에 대응하고 국내 OTT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통위가 추진하는 일종의 진흥 협의체다.

특히 해당 기사는 방통위를 비판하면서 OT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라고 규정,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한 정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방송통신 융합환경, 미디어 관련 부처의 권한 분산·중첩, 이를 둘러싼 각 사업자 간 상이한 이해관계 등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18일 OTT 사업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주요 사업자 의견을 수렴했다. 웨이브 이태현 대표, 티빙 양지을 부사장, 시즌의 김훈배 KT 신사업본부장, 왓차 박태훈 대표 등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IT조선은 24일 <[데스크칼럼] OTT 규제 손대려는 방통위, 외산 기업부터 손봐라>에서 "온라인 기반 동영상(OTT) 담당도 아닌 방통위가 규제의 칼부터 빼들려 한다"며 "경쟁력에서 우위인 외산 OTT 기업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지만, 방통위는 토종 기업부터 살피려는 분위기다. 방통위가 어느 나라 기관이냐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어 IT조선은 방통위가 최근 추진하기로 한 'OTT 활성화 협의체'를 문제 삼았다. IT조선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18일 웨이브·티빙·시즌·왓차 등 토종 OTT 네 곳의 핵심 임원과 만나 ‘OTT 활성화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전했다"며 "본격적인 OTT 시장 개입을 시작하는 셈이지만, 협의체에 외산 기업은 빠졌다. 토종 기업만 규제하겠다는 것인지 그 의중이 궁금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 밖에 IT조선은 정부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새로운 징수처로 OTT를 지목했고, 방통위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방송제작 관련 지침 하나 마련하지 않은 채 OTT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 시장에 개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IT조선은 "기왕 방통위가 규제의 칼을 빼들 것이라면 OTT와 유료방송 간 차이를 보는 것보다 먼저 외산 기업과 한국 기업간 형평성을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이제 성장을 시작한 OTT 기업이 새로운 비지니스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놔두는 것이 맞다. 게다가 OTT는 방통위가 아니라 과기정통부 소관"이라고 했다.

방통위가 방송통신규제기관으로서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규제집행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상혁 위원장이 국내 OTT 사업자들과 만나 밝힌 'OTT 활성화 협의체' 취지는 IT조선 보도내용과는 사실상 정반대다. 한 위원장이 글로벌 OTT 기업의 국내 성장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OTT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토종 OTT 경쟁력 상실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상황인식을 밝혔다. 이어 국내 OTT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지원을 해 나갈 '국내 OTT 활성화 협의체', 'OTT 정책협력팀'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날 방통위는 IT조선 보도에 대한 반박 자료를 내어 "오히려 해외 사업자의 독주를 막을 수 있도록 국내 OTT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전방안을 마련하고자 구성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어 방통위는 "OTT가 부가통신서비스사업자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만으로 OTT 시장을 과기정통부가 주관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OTT는 새로운 방송과 통신 융합서비스로 각 부처가 각자의 영역에서 최대한 지원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데, 방송통신 주관부처인 방통위가 국내 OTT 활성화를 위한 어떠한 정책도 내지 말고 방치해야 한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 방통위는 정부가 방발기금 징수처로 OTT를 지목했다는 기사 내용에 대해 "방통위는 새로운 방발기금 징수처로 OTT를 지목한 바 없으며, 이번 간담회에서도 기금과 관련된 사항을 언급한 바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방송관련 제작 지침 마련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서는 "방송사별 제작여건과 편성의 자율성을 고려하여 일률적인 지침을 마련하지 않고, 방송사별로 방역, 비상방송 계획 등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한 매뉴얼을 제출받아 비상사태 발생 시 코로나19 관련 대응계획에 따라 대응해줄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매체별 대면·온라인 간담회, 전문가 간담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협조 요청하는 등 재난방송 협력체계를 구축·운영한다"고 설명했다.

IT조선의 이번 보도는 범정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방안', 'OTT 법제도 연구회' 등 과기정통부 중심의 미디어 정책방향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 경쟁력의 근간인 콘텐츠 산업을 도외시한 채 유통채널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완화로만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범정부 합동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 기본방향

IT조선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방안'에 대해 "미디어 플랫폼이 자율성 기반 하에 성장하는 신중한 규제 신설과 과감한 규제 완화 계획"이라고 썼다. 하지만 M&A 활성화 등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한 유료방송사업자 규제완화와 "한국판 넷플릭스 5개를 만들겠다"는 정부 선언은 국내 미디어 시장의 공적 기능과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갖게 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직면하고 있다. 당장 LG유플러스에 이어 KT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으면서 정부의 OTT 정책 목표는 무색해졌다. 1인 미디어 육성의 경우, 정부가 지원해 유튜브를 키워줄 수 있어 정책발표 때부터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IT조선은 과기정통부가 이미 "미디어 시장 구조개편 진단과 바람직한 법제도 정비방향 마련을 위한 ‘OTT 법제도 연구회'는 운영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OTT 법제도 연구회'는 구성에 있어 콘텐츠 제작주체를 배제해 현업단체의 비판이 불거졌다.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PD연합회 등은 지난 5일 성명을 내어 "여기에는 콘텐츠 제작 단위인 방송사나 독립제작사, 영화 배급사, 방송제작 스태프, 수익원인 이용자, 무엇보다 OTT 사업자에게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OTT 법제도 연구회'에 한국방송협회 추천 인사 2명이 추가되자 IT조선은 14일 기사 <사공 많은 ‘OTT 법제도 연구회’ 이러다 산으로 갈라>에서 여권 압박 의혹을 제기했다. 'OTT 법제도 연구회'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방통위 전 상임위원이 인적구성을 비판했고, 이후 여당 압박 등과 함께 구성원 추가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사에서 지목된 방통위 전 상임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연구반에 참여한 소위 '정책전문가' 면면을 보니 '종편PP 탄생' 등 미디어 난개발을 주도했던 분들 다수가 참여하고 있다"며 "미디어 생태계를 망가뜨린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분들이 문재인 정부 미디어정책 결정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겠다고 전면에 나서는 것은 과한 욕심"이라고 비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들은 해당 기사에서 "외부에서 지상파 쪽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으며, 그래서 전문가를 추가하는 것일 뿐 국회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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