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재난지원금 논의와 관련해 보수·경제지 중심으로 '1차 때와 같은 전국민 지급은 안 된다'는 일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1차 재난지원금이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었다는 게 주요 주장이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지난 2분기 가계소비성향은 직전 분기보다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 소비를 주도했다.

지난 2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재난지원금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당 정책위원회에 요청하고, 이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예산지원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정치권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와 관련해 주요 보수·경제지는 24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에 대해 전 국민 지급은 안 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이날 주요 주요·보수경제지 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2차 코로나 지원금, 취약 계층 집중 지원해야>
중앙일보 <'2차 재난지원금'은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해야>
동아일보 <2차 재난지원금 논의, 재정준칙 동비 전제돼야>
한국경제 <2차 재난지원금, 꼭 줘야 한다면 취약계층 집중이 옳다>
매일경제 <자판기 누르듯 '2차 재난지원금'부터 꺼낸 정치권>
서울경제 <2차 재난지원금 검토, 재정 의존증 벗어나야>

8월 24일 조선·중앙·동아일보 지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지난 4월 1차 재난지원금 때의 시행착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1차 재난지원금 당시 정부는 '소득 하위 50%' 지급안을 짰다가 민주당 압박으로 '하위 70%'로 대상을 확대했고, 총선 때 '전 국민 지급'으로 바뀌었다"며 "하지만 소비 진작 효과는 반짝 나타났다가 금세 사그라들었다"고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올 들어 세 차례나 추경이 편성되면서 상반기 중에만 110조원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재정 준칙 법제화에 착수하자 민주당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다'며 반대하고 나섰다"며 "건전재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동 장치가 어떻게 '불필요한 논란'이 되나. 결국 선거용 세금 살포를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 보수·경제지 사설의 주요 근거가 재정건전성 악화, 선거 포퓰리즘 등으로 일치한다.

보수·경제지는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사실상 없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평균소비성향이 줄었고, 저소득층이 지갑을 더 닫은 점을 들어 '소비증진'을 목적으로 한 정책의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기사 <1차 재난지원금 소비진작 효과 제한적>에서 "2분기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67.7%로 지난해 동기보다 2.5%포인트 떨어졌다"면서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소비를 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의 평균소비성향은 9.3%포인트 감소한 반면, 상위 20%는 1.3%포인트 하락에 그쳤다"고 했다.

하지만 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평균소비성향은 67.7%로 올해 1분기 대비 0.6%포인트 올랐다. 100만원을 벌면 67만 7000원을 소비했다는 의미다. 보수·경제지는 이번 평균소비성향을 보도할 때 전년동기 대비 분석수치를 제시하거나 강조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재난지원금 효과를 따져보기 위한 분석방법으로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평균소비성향은 1분기 120.5%에서 2분기 100.7%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관련 기사에서 "1분기에는 처분가능소득 123만원, 소비지출 149만원이었지만 2분기에는 처분가능소득이 154만원, 소비지출이 155만원이었다"며 "저소득층에는 재난지원금이 '소득 보전'의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또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인 4·5분위에서는 평균소비성향이 증가했다. 4분위(소득 상위 20~40%)의 평균소비성향은 67.2%에서 67.8%로 0.6%포인트 올랐고, 5분위(소득 상위 20%)는 53.4%에서 57.1%로 3.7%포인트나 올랐다"며 "고소득층이 소비성향 상승을 주도했다"고 풀이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저소득층에게는 '소득 보전' 효과를, 고소득층에는 '소비 증진' 효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계동향조사 집계에서 제외되는 1인 가구의 경우 소득과 지출이 모두 줄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통계청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를 보면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전체 가구 월 평균 소득이 전년대비 4.8% 증가했지만 1인 가구는 2.4% 감소했다. 1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1분기 71.2%에서 2분기 69.3%로 줄었다.

조선일보 4월 15일 지면 갈무리

지난 총선 과정에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총선용 현금살포'로 규정하면서, 선거 당일에 '금권선거' '관권선거'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추경안 통과 전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들에게 미리 신청을 받으라고 지원의 속도를 강조한 데 대한 보수언론의 반응이었다. <굳이…선거전날 지원금 꺼내든 대통령>, <野 "4·15 부정선거 될 판, 이럴거면 집 한채씩 줘라">, <총선 직전… 대전 가구당 최대 70만원, 강원 1인당 40만원>, <전국서 與 돈 선거 혈안, "與 뽑으면 재난지원금 준다"까지>, <선거 전날 문 대통령 "재난지원금 신청받아라" 통합당 "이런 관권선거는 처음"> 등의 기사와 사설이 이어졌다.

한편, 시급한 것은 취약계층·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 지원책의 근본적인 재정비라는 제언도 나온다. 내수 진작이 코로나19 확산세와 맞물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24일 사설에서 전국 소상공업체와 소득 취약계층이 정부의 보조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버텨왔지만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4차 추경이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는 재정 여건과 1차 재난지원금 효과에 대한 분석에 따라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 다만 가장 시급한 건 소상공업체 지원"이라며 "지금은 소상공업체들의 신용이나 실적이 더욱 악화해 지원 조건 맞추기가 더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관성적인 규제에 묶여 지원책이 가동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현장 지원체계 재정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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