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서울YWCA에서 인기 예능프로그램 12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예능에서 가장 자주 나타나는 성차별적인 내용으로 '성별 고정관념 조장'이 뽑혔다. 특히 TV조선 <사랑의 콜센터>는 남성의 고정된 성역할을 강조한 장면이 가장 많이 나온 프로그램으로 지목됐다.

서울YWCA는 6월 1일부터 21일까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에 방영된 상위 12개의 예능·오락프로그램을 모니터링했다. MBC <놀면 뭐하니?>,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SBS <런닝맨>, TV조선 <사랑의 콜센터>, 채널A <하트 시그널 시즌3>,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 등이다.

모니터링 결과, 성차별적인 내용으로는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한 사례(57.75%)가 가장 많았고, 그 뒤로는 외모에 대한 평가(19.2%), 기타(15.4%), 성희롱·성폭력 정당화(7.7%)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사례 중 정상적 남성성을 강조한 사례가 7건으로 전체 성차별 사례 중 약 27%를 차지했다. 남성성의 틀을 정해, 그 틀을 벗어나는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특정한 남성성을 찬양하는 사례다.

6월 11일 방송된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터> 주요 화면

특히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의 11화 주제는 ‘나는 남자다잉’으로 출연진 모두가 ‘상남자’ 콘셉트였다. 해당 편에서는 출연진들에게 ‘남자는 울지 않슴’의 자막을 붙여 남성의 성향과 성품을, 근육과 체격을 강조하는 자막으로 남성의 외모를 규정했다. “깨어나라 내 안의 남자여”와 같은 발언을 통해 ‘남자다움’을 끊임없이 강조해 성별에 따라 특정한 속성을 갖는다고 여기는 잘못된 성별 고정관념을 고착화했다.

서울YWCA는 “성별에 따라 특정한 속성을 갖는다는 고정관념이 규범이 되는 사회에서는 그 규범에 이르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비하와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성평등한 사례로는 “여자가”, “남자가”가 아닌 “누구나”를 강조했던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3>가 꼽혔다. 6월 17일 방송된 12회에서 관찰 영상 시청 후 남성 출연자가 “남자들은 99% 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을 못 한다”고 하자 여성 출연자가 “아니 그런데 그건 여자도 그래요”라고 바로잡았다는 것이다.

또한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와 MBC <나 혼자 산다>의 경우, 비가시화 되었던 여성들의 목소리에 주목해 성평등한 사례로 지목됐다. <비긴어게인 코리아>는 인천공항 방역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며 인터뷰 대상자를 모두 여성으로 세웠고, <나 혼자 산다> 349화에는 가수 겸 배우 유이가 나와 여성 연예인이기에 받았던 외모에 대한 고충을 토로해 외모평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자료제공=서울YWCA)

12개 예능 프로그램 속 메인 진행자는 남성 7명, 여성 1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고정출연자의 경우 여성이 20명, 남성이 121명으로 남성이 6배 더 많이 등장했다. 서울YWCA는 “역할에서의 성비 불균형은 수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인 남성성·여성성 스테레오타입과 관련된다”며 “주 진행자와 고정출연자가 남성일 때 남성은 분위기를 주도하거나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권위를 가지게 되고, 보조 출연자·초대손님으로 등장하는 여성은 웃음과 관련한 주도권을 갖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서울YWCA는 해당 보고서를 내며 지난 6월 26일 막을 내린 KBS <개그콘서트> 마지막 회에 나온 한 개그맨의 발언을 지적했다. 개그맨 박성광은 '시청률의 제왕' 코너에서 “뭐 이렇게 안 된다는 게 많아! 손발 다 묶어놓고 어떻게 웃기라는 거야”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YWCA는 “우리 안의 차별에 대해 예민해지라고 요구하는 최근의 분위기에 대해 불편함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발언”이라며 “이 발언을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 개그가 활용했던 ‘손발’이 누군가를 향한 비하와 차별은 아니었는지, 왜 그 ‘손발’을 사용하는 데 불편하거나 어렵지 않았던가를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1992년 창립한 서울YWCA는 ‘생명의 바람, 세상을 살리는 여성’을 슬로건으로 성평등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 분석 사업’을 통해 매월 대중매체 상에서의 성차별, 여성비하, 폭력 등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사례를 찾아내 시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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